남 대장의 참모총장 영전은 육사 출신의 요직 독식 관행을 깬 의미가 있다. 이는 육군참모총장뿐 아니라 그가 거쳐 온 다른 보직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육군참모총장은 창군 초기 군사영어학교나 일본군 장교 출신들이 맡았다가 1969년 육사 1기 출신 서종철 대장이 임명된 뒤로 쭉 육사 출신들이 독식해 왔다. 현재 국방부 장관을 맡고 있는 서욱 전 참모총장도 육사(41기) 출신이다.
남 대장은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육군참모총장으로 발탁될 것이라는 예측이 군 내부에서 많았다. 이른바 '계엄령 문건 사건' 등에 연루된 국군기무사령부를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해편하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등 신임이 크기 때문이다.
안보지원사령관을 맡기 전 그는 초대 사령관 때부터 쭉 육사 출신의 전유물이었던 육군특수전사령관도 맡았다. 특전사령관은 그동안 한 명도 빠짐없이 육사 출신들이 맡았으며 기무사령관 또한 대부분 육사 출신들이 맡았다.
남 장군은 직전에는 소장 진급 직후 3사단장을 맡던 도중 2차 보직 없이 곧장 중장으로 진급해 특전사령관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다만 야전에 주로 있었고 국방부나 합참 근무 경력은 없다.
군 내에서는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육사 중심의 인사 체계가 바뀔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육군 진급 인사 시스템은 육사와 비육사 출신 '공석'을 사전에 정해놓고 진행하는데, 육사 출신 공석이 몇 석이냐에 따라 비육사 출신 공석이 정해지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 인사의 결과에 따라 곧 이어질 중장 인사에도 어떠한 영향이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이번 인사로 공석이 된 육군참모차장,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 지상작전사령부 참모장 등이 차후 보임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 기조를 토대로 박상근 3군단장(학군 25기, 중앙대), 최진규 수도군단장(학사 9기, 전남대) 등을 주목하기도 한다. 최 중장은 이미 '첫 학사 출신 사단장'과 '첫 학사 출신 군단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졌는데, 다만 지난 7월 '탈북민 월북 사건'의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엄중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한편, 남 대장과 서 장관은 1985년에 임관한 동기이며 원인철 합참의장이 이들보다 1년 선배다.
과거에도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1993년 임명된 이병태 장관과 김동진 육군참모총장(육사 17기, 1961년 임관)이 동기였던 적이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1999년 임명된 조성태 장관(육사 20기, 1964년 임관)과 조영길 합참의장(갑종 172기, 1961년 임관)의 경우 합참의장이 장관보다 선배였던 사례가 된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주요 국방정책을 보다 체계적이고 내실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며 "서열과 기수, 출신 등에서 탈피해 오로지 능력과 인품을 갖춘 우수인재 등용에 중점을 뒀고, 창군 이래 최초로 학군장교 출신인 남영신 대장을 육군참모총장으로 발탁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