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미 유 본부장의 1라운드 통과를 예상하고 2라운드 통과를 위한 물밑 외교전에 들어갔다.
WTO는 현지시간 18일 유명희 본부장이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 절차 1차 라운드를 통과, 2차 라운드에 진출하게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유 본부장은 케냐의 아미나 모하메드 후보,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 영국 리암 폭스 후보,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마드 마지아드 알 투와이즈리 후보와 함께 WTO 선거 2라운드에 진출했다.
WTO 사무총장 선거는 총 3라운드에 걸쳐 지지를 가장 적게 받은 후보들을 차례로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1라운드 협의에서는 회원국들은 최대 4명에 대해 지지 의사를 표명했고, 가장 적은 표를 받은 후보 3명을 탈락시켰다.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진행되는 2라운드 협의에서는 각 회원국이 최소 1명, 최대 2명의 후보 지지 의사를 표하고, 1라운드와 마찬가지로 가장 적은 득표를 한 3명이 탈락하게 된다.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며, 차기 사무총장 선출작업은 늦어도 11월 초순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초반부터 WTO에 아프리카 출신 사무총장이 배출된 적 없다는 점 때문에 '아프리카 대세론' 관측이 무성했다. 총 8명 후보 중 3명이 아프리카 출신이었다. 1라운드에서도 아프리카에서만 2명의 후보가 살아남았다.
한국은 이런 구도를 넘기 위해 동맹국인 미국에 기대는 전략을 취했다. 유 본부장은 지난 15일부터 3일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미국 정부 통상관계자들과 면담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WTO에 적대적인 입장이지만, 중국 견제에 혈안이 돼 있는 미국 정부의 심리를 잘 활용하면 선거에서 한국 지지를 끌어낼 수도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또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통상 기조가 보다 WTO 중심 다자주의에 우호적으로 달라질 여지도 없지는 않다.
유 본부장이 남은 후보 중 유일하게 현직 통상 장관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케냐 모하메드 후보는 WTO 총회 의장을 지냈지만 이미 수년 전 일이다. 영국의 폭스 후보 역시 통상 전문가로 꼽히지만, 전직 장관이다.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웰라 후보와 사우디의 마지아드 알투와이즈리 후보는 모두 자국에서 재무장관(사우디는 경제기획부)을 역임한 경제 전문가일뿐 통상 영역에서 전문성은 낮다는 평가다.
아프리카 후보가 2라운드에 2명이 진출하면서 표가 나뉠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한 측면이다. 다만 선거의 변수가 워낙 다양한 만큼 함부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이 2라운드에서부터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국, 유럽은 물론 일본 등과도 적극적인 교섭을 해나가는 등 아웃리치(외교적 접촉) 저변을 넓힐 필요도 있다는 주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