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교도소는 "범인도피 교사 등 형사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며 수용자 A(36)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 제107조(징벌)에 따르면 수용자가 '형법,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그 밖의 형사 법률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경우 교도소장은 징벌위원회 의결에 따라 징벌을 부과할 수 있다.
교도소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조사를 한 뒤 규율 위반으로 드러나면 행정벌을 내릴 예정"이라면서 "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에 수사의뢰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A씨는 지난 4월쯤 외국의 마약 상선 '전세계'(텔레그램 닉네임)로부터 필로폰 등 마약을 해외우편 등으로 전달받아 국내에 판매하다가 붙잡혀 구속됐다. 전세계는 텔레그램으로 국내에 마약을 홍보한 뒤 A씨와 같은 국내 중간책 여러 명을 통해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판매해 왔다.
그런데 외국에서 활동한다는 이 '전세계'는 4년 전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주범 박모(42)씨로, 지난해 필리핀 감옥에서 탈옥한 뒤 해외 도피 도중 국내에 버젓이 마약을 판매하고 있던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밝혀졌다.[관련 기사 : [단독]'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 주범, 도피 중 은밀한 마약판매]
A씨는 조사를 받으면서 경찰이 박씨를 추적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후 경찰로부터 들은 정보를 수기로 작성해 지인에게 편지로 보냈다. 이후 지인에게 해당 편지를 사진으로 찍은 뒤 SNS로 박씨에게 전송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OOO(공범 B씨) 절대 입국 금지 : 체포영장이 이미 나와 있고 입국할시 바로 비행기 안에서 체포 예정", "특히 OOO(공범 C씨) 진술로 소재 파악 중이며 O月O日 OOOOOOOO(서울청)이 저에게 와 여러가지 정보들을 질문했지만 모른다고 일관. 그들이 말해준 정보→이름, 나이, 외국인보호소 관련 범죄, 카지노 사업(정킷)부터 타 사업들…" 등 경찰을 통해 들은 정보들이 빼곡히 나와 있었다. 수사하는 경찰의 소속과 실명도 쓰여 있었다.
심지어 "☆선결과제 ①핸드폰 번호변경(심카드 폐기) ②라우터 심카드 변경(심카드 폐기) ③숙소 이동 ④당분간 영업 중지(OOO 정보 유출=피신할것) ⑤관련 인물 모두 피신(OOO 곧 체포예정) ⑥국내자금 모두 해외로 송금!! 아이스시? 모두 추적중 텔레그램 삭제요망(아이디)" 라며 증거인멸 및 도피 방법도 적혀 있었다.
한편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은 지난 2016년 필리핀 팜팡가주 바크로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박씨와 공범 김모(38)씨가 필리핀에 온 한국인 남녀 3명을 총으로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사건이다. 김씨는 이후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붙잡혀 30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반면 필리핀 외국인 수용소에 수감됐던 주범 박씨는 2017년 3월쯤 1차 탈옥 후 붙잡혔다가, 지난해 10월쯤 재차 탈옥해 현재 도피 중이다. 우리나라 경찰은 현지 코리안데스크, 필리핀 경찰 등과 전담팀을 꾸려 박씨 추적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