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썸씽로튼'을 본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다.
올해 국내 라이선스 초연하는 '썸씽로튼'은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준다. 주조연, 앙상블 할 것 없이 쉴새 없이 춤추고 노래한다. 관객들은 탭댄스와 군무에 어깨가 들썩이고, 흥겨운 노래에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썸씽로튼'은 낭만 르네상스 시대 영국을 배경으로 바텀 형제(닉·나이젤)가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만든다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극단 대표인 닉은 당대 최고 스타 극작가인 셰익스피어를 넘어서고 싶어 한다.
닉이 방법을 묻자 노스트라다무스의 조카인 토마스 노스트라다무스는 "뮤우~지컬"이라고 대답한다. 나아가 셰익스피어의 미래 역작을 궁금해하자 이 어설픈 예언자는 "오믈릿"(Omelette)이라고 말한다. '햄릿'(Hamlet)의 철자를 잘못 본 것이다.
그렇게 바텀 형제는 뮤지컬 '오믈릿'을 무대에 올린다. 무대는 온통 오믈릿 천지다. 진짜 재미는 지금부터다. 관객들은 뮤지컬 속 뮤지컬을 즐길 수 있다. '숨은 셰익스피어 찾기'도 묘미다.
'오믈릿' 곳곳에 '오페라의 유령' '렌트' '시카고' '위키드' 등 유명 뮤지컬의 대사와 넘버, 장면들을 녹여냈다.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베니스의 상인' 등 셰익스피어의 희곡 대사와 캐릭터도 차용했다. 생전 셰익스피어는 소네트 154개, 희곡 38개, 장시 2개를 남겼다.
서경수(셰익스피어)는 허세와 허당을 오가는 연기가 압권이다. 그가 대사를 칠 때마다 관객석에서 "푸웁~" 웃음 참는 소리가 들렸다. 이지훈(닉 바텀)은 특유의 흥과 끼로 극에 즐거운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마이클 리(토마스 노스트라다무스)는 예언가로서 더 이상 어설플 수 없었다. 다들 어딘가 모자란 구석이 있지만 미워할 수 없고, 애써 아닌 척 서로를 위하고 감싸주는 인간미. '썸썽로튼' 등장인물의 공통된 매력이다.
공연이 끝난 후, 마스크 밖으로 빼꼼한 관객들의 눈이 웃고 웃었다.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10월 1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