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은 대법관을 현 14명에서 48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관련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검토의견을 전달했다.
앞서 지난달 3일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이 의원은 "증원을 통해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할 수 있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실과 소수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며 "충실한 상고심 심리를 통해 국민의 재판청구권도 충실히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현재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 중이고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자문의견을 최종적으로 발표하면, 추후 해당 법안에 대한 의견도 제출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냈다.
현재 상고특위에서 대법관 대거 증원보다는 △상고심사제 △이원적 구성안 △고등법원 상고부 등의 대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증원안에 대해 완곡한 반대 의사를 밝힌 셈이다.
2018년 기준 대법원에 접수된 상고심 본안사건은 4만7979건으로 대법관 1명당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대법관 14명 중 대법원장과 사법행정업무만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상고심을 심리하는 대법관은 12명 뿐이다. 독일·프랑스·스페인 등의 '대법관 1명당 인구수'가 55만~65만명 수준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370만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법관 수를 대거 늘리거나 상고심에 올라오는 사건 수 자체를 줄여야 한다. 이 의원은 우선 대법관 수를 48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올 1월 출범한 상고특위에서는 다른 대안들이 더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고심사제는 상고심 신청에 적법한 상고이유가 있을 때만 대법원이 본안심리를 하도록 한 단계 거르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원적 구성안의 경우 대법관을 소수 증원하면서 현재 대법관으로만 구성된 대법원 재판부에 일반 법관을 배치해 합의부를 꾸리도록 하는 것이다. 고등법원 상고부는 전국 고등법원 6곳에 상고부를 설치해 대법원과 상고심 재판을 분담하는 방안이다.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대법관 대량 증원' 방안이 뒤로 밀리고 있는 데는 전원합의체의 기능저하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수십 명의 대법관이 한 번에 특정 사건에 대해 토의와 합의를 해나가는 것이 매우 어렵고 다수결 논리로만 흐를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대법관 수가 늘어날 경우 인사권을 쥔 대법원장의 권한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안에 앞서 이 의원이 발의한 비법관 중심 사법행정위원회 설치에 대해서도 대부분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사법행정 권한을 분산할 수평적 회의체 설치에는 동의하지만 이 사법행정위에 대법원장 권한을 완전히 위임하거나 위원 추천의 주체를 대법원이 아닌 국회에 두는 방안 등은 헌법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