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17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전지사업부를 분할하는 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친 뒤 오는 12월 1일부터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번 분할은 LG화학이 분할되는 배터리 신설법인의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진행하며 LG화학이 비상장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갖게 된다. LG화학은 "회사분할에 따라 전문 사업분야에 집중할 수 있고, 경영 효율성도 한층 증대되어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G화학이 '주주가치 제고'를 이번 물적분할의 명분으로 삼았지만 정작 LG화학의 주주,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주주를 배신했다며 크게 격앙된 상황이다. 실제로 한 투자자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이번 물적분할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LG화학이 신설 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한다는 점에서 당장 기업가치나 주주가치가 훼손되지는 않는다. 다만 기존 주주는 성장 가능성이 큰 회사의 지분을 간접적으로 보유하는 형식이 되고, 이후 신설 법인의 기업공개(IPO) 시 추가 주식이 발행되며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인적분할은 회사를 수평적으로 분할해 기존 주주들이 신설 되는 회사의 지분을 나눠가지는 형식이다. 신설 회사를 기존 회사가 보유하는 물적분할과 달리 기존 주주들이 신설 회사를 보유하는 형식이다.
이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은 LG화학의 이번 결정이 주주가 아닌 회사 입장만 고려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청원을 올린 한 투자자는 "저희(주주)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회사에 이익을 위해 물적분할을 결정했다"면서 "저희가 투자한 이유와는 전혀 다른 화학 관련주에 투자한 것이 되고 이로 인해 저희의 손해는 어디서도 보상받을 수 없게 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다 그동안 저평가됐던 LG화학의 주가를 역대 최고치로 끌어올린 주역이 개인 투자자들이라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국민주'였던 LG화학이 '국민 배신주'로 전락한 형국이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저점을 찍은 이래 외국인과 기관이 LG화학 주식을 팔아치우는 사이 개인 투자자들은 꾸준히 주식을 쓸어 담았다. 특히, 9월들어 분할매수가 발표된 16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모두 6007억원을 순매수하며 최근 성장주 조정기에 LG화학 주가 하락을 막는 버팀목 역할을 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같은 기간 각각 2140억원과 394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이번 물적분할을 계기로 배터리 사업부문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게 돼 장기적으로는 LG화학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윤재성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물적분할 이후 기업가치 훼손요인은 없다"고 단언한 뒤 "기존 주주입장에서는 인적분할 시 장점인 선택적 매매를 통한 LG배터리 지분 직접보유, LG배터리의 빠른 상장에 따른 가치평가 정상화의 기회를 박탈 당했다고 심정적으로 느낄 뿐"이라고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이어 "현재 LG화학의 배터리사업부의 가치(EV/Capa)는 CATL대비 약 40~50% 가량 할인되어 있다"면서 "배터리사업의 수익성 개선이라는 최초의 투자포인트와 석유화학 업사이클(Up-Cycle)을 믿는다면 분할방식을 막론하고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으면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물전분할 발표 이후에도 LG화학의 목표주가를 100만원 선으로 잡고 있다.
LG화학의 주가가 전문가들의 의견처럼 장기적으로 상승할 수도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패닉셀을 멈추지 않는다면 당장 급격한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향후 배터리 사업부문의 성장을 위해서도 이번 물적분할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장 본인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낮아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