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천명씩 '조두순'이 쏟아진다

최근 4년간 아동성폭력 범죄 하루 3.4건 발생…1년 1천건 이상
'조두순법' 유명무실…192명 중 24명만 '1대1' 관리 중
해외선 아동성범죄자 '출소 이후' 관리에도 총력
전문가 "피해자 인권은 제자리…형을 늘릴 수 없다면 시설에 격리해야"

(그래픽=연합뉴스)
아동성범죄자 조두순(68)이 12월 만기 출소를 앞둔 가운데 최근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가 하루에만 3.4건 꼴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에 1천건 이상 아동성범죄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셈인데, 국내에는 아동성범죄자 '출소 이후'를 대비한 제도가 미비해 피해자의 안전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20. 9. 16 '조두순 피해자'가 도망다녀라?…스마트워치 논란)


16일 국회 교육위 소속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폭력범죄 발생건수가 △2016년 1083건 △2017년 1261건 △2018년 1277건 △2019년 1374건으로 해마다 증가해 하루 평균 3.4건의 성폭력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폭력 범죄의 재범률 역시 △2016년 4.4% △2017년 5.3% △2018년 6.4% △2019년 6.3%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조두순법' 유명무실…192명 중 24명만 '1대1' 관리 중


매년 1천건 이상의 아동성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있지만 출소 이후의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된 '조두순법(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단적인 예다. 이 법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자 중 재범 위험성이 높은 사람에게 1대1 보호관찰관을 붙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 부족 탓에 이 제도가 부실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출소 후 1대1 관리 대상으로 분류된 고위험군은 192명인데, 보호관찰관 인력 부족으로 이중 약 12%에 불과한 24명만 관리를 받고 있다.

관리 대상을 아동성범죄자로 한정하지 않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 전자발찌 부착 명령 대상자는 총 3480명이지만 전자감독 보호관찰관은 237명에 불과하다.

1인당 14.7명을 담당하는 셈인데 주요 선진국인 영국은 9명, 스웨덴은 5명 수준이다. 237명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법무부에서 자체적으로 인력을 배정해 370~380명 정도가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성범죄 사건 전문 이은의 변호사(이은의법률사무소)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조두순 사건 이전과 이후, 그리고 지금까지도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얼마나 많은 성범죄 사건의 가해자들이 출소를 했겠느냐"며 "우리 사회는 그들의 출소 이후를 고민한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도 미비하다. 피해자를 비롯한 아동, 여성 등 신체적 약자들이 느낄 위협감에 대해 전혀 공감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진=연합뉴스)
◇해외선 아동성범죄자 '출소 이후' 관리에도 총력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아동성범죄자가 출소한 이후에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웨터링법(Wetterling Act)'에 따라 대중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을 경우 임의의 절차를 통해 대중에 강력 성범죄자의 세부 신상내역을 통지한다. 최근 국내에서 조두순의 주소 공개를 두고 논란이 있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2006년에는 '아동 보호 및 안전법(SORNA)'을 제정해 법무부 장관 직속으로 성범죄자에 대한 양형, 모니터링, 체포, 등록 및 추적을 위한 전담부서(SMART Office)를 창설하기도 했다.

영국은 2003년 성범죄법을 강화해 정신병을 이유로 무죄인 성범죄자도 신상등록을 하게 했으며, 잉글랜드 웨일즈나 북아일랜드에선 같은 범죄유형으로 '경고'만 받아도 신상등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성범죄자 리스트에 등록되면 24시간 위치 추적 대상이 되며, 이웃 주민들에게 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고지한다. 특히 영국에서는 13세 미만의 아동에 대한 성범죄의 경우 종신형을 선고한다.

캐나다에선 아동성범죄자에 화학적 거세를 집행해 재범을 막고 있으며, 스위스는 2인 이상의 전문가 판단 아래 위험하거나 갱생의 여지가 없는 성범죄자를 연령이나 건강 상태에 관계없이 종신 구속할 수 있도록 했다.

청송제2교도소 수감 중인 조두순 CCTV 화면 (사진=자료사진)
◇전문가 "피해자 인권은 제자리…형을 늘릴 수 없다면 시설에 격리해야"

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박사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대 이후 형사소송법의 모든 조항에 피고인의 인권은 다 보장돼 있다. 하지만 피해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기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영미법 국가에서는 인간이 개선·교화되기 어렵다고 보고 흉악범죄자에 대해 형기를 무한정 늘리는 방법으로 탈사회화, 즉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펼친다"며 "반면 대륙법 체계를 따르고 있는 한국에선 재범 가능성이 높더라도 사회방위 처분을 위해 형량을 높일 수 없도록 돼 있다. 게다가 조두순처럼 재범 위험성이 높은 범죄자도 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중복적인 보안처분을 받고 사회로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소 이후의 아동성범죄자 관리를 위해 '보호수용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1대1 전자감독 제도로는 성폭력 범죄를 억제할 순 있어도 근절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보호수용제도는 상습적으로 성폭력범죄 또는 살인범죄를 저지르거나 아동을 상대로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중상해를 입게 하는 등 위험성이 매우 높은 이들을 형기 종료 후 일정 기간 별도 시설에 수용하는 조치다. 승 박사에 따르면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보호수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조두순의 보호수용시설 격리 요청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법무부에 대해서는 "'형벌 불소급의 원칙'에 따른 결정이란 건 알겠다"면서도 "하지만 조두순 사건에는 이렇게 접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승 박사는 "조두순이 고작 12년 형을 받은 건 당시 검찰과 법무부, 사법부의 책임이 크다"며 "국가가 피해자에게 잘못한 일인데 법리 하나로 '조두순이 출소하니 피해자에게 참고 살라'고 하는 건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법무부는 15일 조두순의 보호수용시설 격리 요청에 대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기존에 국회에 제출된 보호수용법안에는 소급적용 규정이 없다. 해당 법안을 기준으로 따져봐도 조두순 등 과거에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소급해서 적용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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