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3개월여 전, 윤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에게 제기된 일련의 의혹들을 하나씩 해명했다. 그는 "(후원금, 보조금 등을) 개인적으로 쓴 적이 없다"고 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윤 의원이 개인 용도로 쓴 모금액은 1억원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푼도 안 썼다"는 尹…檢수사 결과 "1억원 넘게 유용"
위안부 피해 당사자들을 위해 모금한 돈을 유용했다는 등의 의혹이 불거지자, 윤 의원은 지난 5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 개인계좌를 통해 모금했다고 해서 계좌에 들어온 돈을 개인적으로 쓴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모금 계좌로 개인 계좌 4개를 이용했다"며 "정대협 활동을 하며 해당 계좌들로 모금이 이뤄진 사업은 모두 9건"이라고 했다. 또 "계좌 내역상 9건 모금을 통해 약 2억8천만원이 모였고, 모금 목적에 맞게 사용된 돈은 약 2억3천만원"이라며 "나머지 약 5천만원은 정대협에 사용했으며, 계좌이체를 하며 적요란에 이체 이유를 거의 모두 부기해놓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용수 할머니의 여러 지적과 고견을 깊게 새기는 것과 별개로, 직접 피해자들에게 현금 지원을 목적으로 모금한 돈을 전달한 적이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2012년 3월부터 지난 5월까지 개인 계좌 5개를 이용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해외여행 경비, 조의금, 나비기금 등 명목으로 합계 3억3천여만원을 모금해, 그중 합계 5755만원을 개인 용도로 임의 소비했다"고 밝혔다.
또 "2011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정대협 경상비 등 법인 계좌에서 △지출 근거나 증빙 없이 개인 계좌로 금원을 이체받아 사용하거나 △개인지출 영수증을 업무 관련 지출증빙 자료로 제출해 보전받는 등의 방법으로 합계 2098만원을 개인용도로 임의 소비했다"고 했다.
윤 의원은 2018년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정대협 마포쉼터 운영 관련 비용을 보관하던 직원 명의의 계좌에서 모두 2182만원을 임의로 개인 계좌로 이체받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검찰은 윤 의원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이용해 이익을 취한 것으로 봤다.
조사 결과, 윤 의원은 2017년 11월 심신장애를 앓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이용해 할머니가 받은 여성인권상 상금 1억원 가운데 5천만원을 정의기억재단(현 정의연)에 기부하도록 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이 무렵부터 지난 1월까지 2년여 동안 모두 9차례에 걸쳐 총 7920만원을 정의연 등에 기부·증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마포쉼터 소장과 공모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기부금으로 경기 안성에 있는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을 고가에 매수하고도 이후 헐값에 매각해 정대협에 손해를 끼치는 등 업무상 이득을 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윤 의원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가 있다고 결론냈다. 매도인이 요구하는 대로 시세보다 고가에 매수해, 매도인에게 재산상 이득을 취하게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사업 목적이나 용도에 부적합한 안성쉼터를 거래 시세조차 확인하지 않고 이사회에서도 제대로 가격을 심사하지 않은 채,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매도인이 요구하는 대로 시세보다 고가인 7억5천만원에 매수했다"며 "매도인에게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게 하고, 정대협에 손해를 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윤 의원은 "힐링센터 매입 및 매각 과정에서 제가 어떠한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안성신문 대표였던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여돼 있다는 의혹에는 "명백한 사실이 아니다. 거래가 성사되고 나서 정대협이 이 의원에게 중개수수료 등 명목으로 금품을 지급하는 일 또한 전혀 없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다만 정의연이 지난 4월경 안성쉼터를 매수가보다 헐값에 '매각'한 의혹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8월 7일 기준 시세 감정평가 금액이 4억1천여만원인 점, 매수자가 없어 약 4년 동안 매각이 지연된 점 등을 고려할 때 배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16년부터 안성쉼터를 매물로 내놓았지만, 매각 당시 주택의 감가상각, 오랫동안 매수 희망자가 없어 건물 가치가 하락한 점, 주변 부동산 가격 변화 등 형성된 시세에 따라 매매 가격이 결정됐고 4억2천만원에 매도했다"는 윤 의원의 해명을 사실상 받아들인 셈이다.
검찰은 윤 의원 개인재산 관련 고발 5건, 단체 회계처리 등 관련 고발 6건은 '불기소' 처분했다.
△윤 의원 부부가 정의연 등 단체 자금을 유용해 딸의 유학비를 지출하거나 개인 부동산을 구입했다는 의혹 △선관위에 신고한 예금 3억여원에 기부금이 포함됐다는 의혹 △윤 의원의 남편(수원시민신문 대표 김삼석씨)이 정의연의 일감을 수주해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 △윤 의원 부친을 쉼터 관리자로 등재해 6년여 동안 7580만원을 지급한 의혹 등은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배우자가 운영하는 회사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윤 의원은 "2019년 정의연은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수원시민신문을 포함해 4개 업체에 견적을 확인했고, 당시 최저 금액을 제시한 수원시민신문에 소식지 디자인과 편집, 인쇄를 맡겼다"며 "소식지 제작 등 과정에서 남편이나 제가 어떠한 이득을 취한 일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압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의연이 복수의 업체에 견적서를 받아 제시 금액이 가장 낮은 수원시민신문을 선정한 게 맞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주택 매매' 관련 의혹에는 "저와 남편 계좌의 과거 현금 흐름을 살펴봤다"며 "지금의 아파트를 2012년 경매로 취득했다. 한 차례 유찰된 후 2회차 경매에서 저희만 단독으로 입찰했다. 저는 경매 과정을 모르고 남편이 진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금은 제가 가지고 있던 예금, 남편 돈, 가족들로부터 빌린 돈으로 해결했다"며 "저의 개인계좌와 정대협 계좌가 혼용된 시점은 2014년 이후의 일이다. 현재 아파트 경매 취득은 2012년에 있었던 일이다"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거주 중인 아파트 구매자금의 출처는 정기예금 해약금 및 가족·직원에게 차용한 금원으로 확인됐다"며 "단체 자금이 아파트 구매에 사용됐다고 볼 증거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검찰 조사 결과, 약 3억원에 달하는 유학 자금은 윤 의원 부부 및 친인척의 자금, 윤 의원 배우자의 형사보상금 등으로 대부분 충당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각종 수입을 종합하면 실제 가계 수입은 신고된 부부의 연수입보다 많았다"고 설명했다.
재판에 넘겨진 윤 의원은 구속은 면했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양형요소들과 제반 사정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지난 석 달 동안 저와 단체, 활동가들은 성실히 수사에 임했고 충분히 해명했다"며 "그럼에도 불구속 기소를 강행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할머니들 곁에서 많은 분들의 응원과 연대를 받았던 시민운동가로서, 이제는 국민의 귀한 마음을 얻어 이 자리에 선 국회의원으로서, 좌절감을 딛고 일어나 앞으로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며 "공소장과 증거기록을 받게 되면 꼼꼼하게 살펴보고, 재판에서 저의 결백을 증명해 나아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