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이 최종시한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않아 엠앤에이 계약은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계약무산의 모든 법적 책임은 HDC현산 측에 있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이 결렬된 것에 대해 현산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최대현 부행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이번 거래를 마무리할 수 없다고 한 현산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채권단이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분담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장기간 재실사를 요구안을 고수하는 등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현산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뒤 그해 12월 금호산업과 2조5000억원 규모의 인수계약을 맺고, 총 인수대금의 10%를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했다. 이후 HDC현산은 노딜 선언 직전까지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면서 지난 7월부터 12주간의 재실사와 재협상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그러던 중 M&A가 최종 무산되면서 HDC현산은 이행보증금 2500억원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HDC현산이 그동안 재무 불건전성을 이유로 재실사를 강하게 요구했던 것도 결국 계약 파기의 책임이 아시아나 측에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HDC현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인수 계약 당시보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사정이 악화됐다. 지난해 말 1387%에 달했던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은 반년 만인 올해 6월 2291%로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적자가 급증한 것이다. 인수 계약 당시에 비해 회사 부채 규모가 4조5천억원 늘어난 것으로 HDC현산은 분석했다
M&A업계에서는 피인수 기업의 가치가 중대하게 훼손되는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매수자가 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까지 돌려받을 수 있는 '중대악화사유'(Material Adverse Change·MAC) 조항 등이 적용될 수 있는냐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노딜 선언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제로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 정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방식은 운영자금 대출 1조9200억원(80%)과 영구전환사채(CB) 인수 4800억원(20%)이다. 기금은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유지되면 대출 규모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와 경영 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조처를 실행하면서, 여건이 조성되는 대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재추진할 방침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1일 오후 아시아나항공 본사를 방문해 회사 임직원들의 고통분담과 경영쇄신 등 정상화 노력을 당부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0년 산은 주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은 뒤 경영 정상화 노력으로 2014년 자율협약을 졸업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