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연예계 활동을 한 설리. 그렇기에 모든 이의 시선 한가운데 위치했고, 그만큼 힘들고 외롭기도 했다. 그럼에도 표현하고 싶어했고, 자유로워지려 했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시선 속에서도 혐오와 차별, 고정관념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설리를 왜 불편해 했을까.
1994년생인 설리는 지난 2005년 드라마 '서동요' 속 어린 선화공주 역으로 캐스팅돼 배우로 데뷔했다. 지난 10일 방송한 MBC '다큐플렉스-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에서 연출자인 이병훈 감독은 "설리가 연기를 잘했다. 당당하고 밝고 얼굴 전체가 공주처럼 화려했다"고 회상했다.
설리와 같은 소속사에 있었던 티파니는 그를 "살아남기 위해서 눈치를 정말 많이 봤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큰 키는 외모 지상주의 사회에서 여자 배우에게 단점이나 마찬가지였다.
설리 엄마는 "언니들이 체중계 올라가고 진짜 많이 혼난다던 아이가 어느덧 체중계를 끼고 살게 됐다"며 "초등학교 졸업할 때 갑자기 키가 172cm 넘게 크면서 늘어나는 몸무게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설리의 외모, 설리의 말, 설리의 사랑 등 설리의 모든 것이 화제가 됐고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방으로까지 이어졌다. 어떤 누군가에게 설리는 불편하게 보였고, 문란하게 보였고, 기행을 벌이는 것처럼 보였다.
한 예로 노브라 사진을 올린 설리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수많은 악플이 쏟아졌다. 설리는 "브래지어는 내게 액세서리라고 생각했다. 편견과 사고의 틀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그에게 악플을 다는 이들이 듣고자 한 건 설리의 말이 아니었다.
설리를 불편하게 여기던 이들 시선에 담긴 건 여성을 향한, 여성 연예인을 향한 '편견'과 '고정관념'이었다.
실제로 '여성 연예인'들은 책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소녀는 뭐든 할 수 있다(Girls can do anything)'란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렇게 악플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심지어 살이 쪄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악플의 표적이 된다.
설리와 그를 둘러싼 이러한 현실에 대해 티파니는 "어딜 가도 글이 올라오고 사진이 찍히고…. 그저 평범한 데이트를 하러 가고 싶었던 자리였는데 갑자기 화제가 되면 너무 힘들 것 같다"며 "설리는 이제 막 스무 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표현하고 싶어하고 자유롭고 싶어하는 설리의 용기에 박수 쳐주고 싶다"며 "자신 같은 사람이 있어도 된다며 세상에 질문을 던졌는데 세상은 계속 아니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홀로 세상에 맞서던 설리는 스물다섯 살이던 지난해 결국 세상을 등졌다. 언젠가 설리는 "도와달라고 손을 뻗기도 했었는데 그때 사람들이 잡아주지 않았어요, 제 손을. 그래서 그때 무너져 내렸어요. 말할 곳이 없으니까"라고 말한 바 있다.
설리를 불편해하는 시선과 말속에 담긴 '진짜' 불편함은 무엇이었을까. 정말 '설리'가 불편했던 걸까, 아니면 잘못된 사회적 시선에 불편함을 제기하는 불편함이 불편했던 걸까. 우리가 진짜 마주해야 할 '불편함'은 무엇일까.
계속 설리에게 "아니"라고 한, 설리의 표현에 악플과 비난으로 답했던 세상에 묻고 싶다.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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