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지난 8일(현지 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최고상인 작품상을 받기 위해 갖춰야 할 다양성 조건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영화 속 묘사·주제 관련 항목 △감독·작가·촬영 감독 등 스태프 관련 항목 △영화산업 접근성 및 진입 기회 관련 항목 △마케팅·홍보 관련 항목 등 4가지로 구성됐다.
스크린 안팎으로 4가지 기준으로 세우고, 이 중 최소 2개 항목에서 여성, 소수민족 혹은 유색인종, 장애인 등이 참여하며 다양성을 확보해야 작품상 후보가 될 수 있다. 해당 기준은 최고 영예인 작품상에 한해 2024년 아카데미 시상식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특히 배우 캐스팅과 관련해 주연 혹은 비중이 큰 조연 중 적어도 1명 이상은 아시아인이나 히스패닉, 흑인 등 소수민족이나 유색인종 출신이 포함돼야 한다. 앙상블이나 단역 배우 역시 30%는 여성, 유색인종, 장애인 등이 참여해야 한다.
연출 작곡 의상 편집 메이크업 프로듀서 등 스태프 역시 최소 2개 분야에 여성 등이 포함돼야 한다. 또한 소수자들에게 인턴십 참여 기회를 제공했는지, 마케팅·홍보 분야에 참여했는지 등 영화 전반에 걸쳐 세부적인 조건을 적용한다.
그렇기에 지난 2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오르자 '이변'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러한 백인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기조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아카데미는 다양한 국적과 성별을 가진 신입회원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7월 발표한 신입회원 819명의 구성을 살펴보면 유색인종 36%, 여성 45%, 미국이 아닌 나라 출신 회원 49%로 구성됐다. 지난 2015년 여성과 유색인종 회원 비율을 2배로 늘리겠다고 한 후 당시 1446명이던 여성 회원은 3179명으로, 유색인종 회원은 554명에서 1787명으로 늘었다. 현재 총 회원 수는 9412명이다.
아카데미 측은 "새 기준은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의 다양성을 더 잘 반영하고 스크린 안팎에서 평등한 표현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제작은 물론 영화와 연결된 관객까지 전 세계 인구의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아카데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제시하는 새로운 기준은 영화 산업이 변화하는 데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