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국시 거부 배경에?…'밀려난 선발대' 논란

'의대생 국가고시 선발대의 실체를 조사해주세요'라는 청원 올라와
SNS, 온라인커뮤니티에서 선발대 암시내용 주목받아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첫날인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장으로 관계자들이 들어서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의료계의 집단행동 여파로 전국 의과대학생 86%가 국가고시 거부를 선언한 가운데, '그간 국가고시에서 조직적인 부정행위가 이뤄졌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7일 "의대생 국가고시 선발대의 실체를 조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록됐다.


청원인은 "선발대의 시험 순서가 끝으로 미뤄져 울며 겨자먹기로 시험에서 떨어질까봐 국가고시를 치르지 못한다는 내부 폭로를 듣게 됐다"고 밝혔다. 선발대는 시험을 먼저 보고 시험 문제를 복기해 일종의 컨닝의 역할을 해주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어 "공공의대는 공정성이 훼손된다고 줄기차게 반대했다. 그러나 의사가 되기 위해서 필수적인 국가고시는 컨닝에 의해 진행되고 있었다는 폭로에 경악했다"며 "이중적인 태도에도 분노한다"고 일갈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의대생들은 기존 순번대로 전체 일정을 미뤄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어 6일까지 재접수가 진행돼 기존 응시 일자가 9월 1~18일 사이였던 재신청자들은 11월로 응시일이 조정됐다.

이에 따라 원래 9월초에 가장 먼저 시험을 치러야 했던 선발대 의대생들이 11월 이후에 실기시험을 보게 되면서 먼저 시험을 치르는 의미가 사라졌다는 게 청원인의 주장이다.

해당 청원은 현재 관리자가 검토중인 청원으로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사전 동의수는 3만 7천명을 넘어섰다.

의사 국시 선발대 논란이 불거지면서 선발대를 암시했던 내용들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SNS와 온라인커뮤니티에는 '국시 응시자 대표단 공지'라는 제목의 전달사항이 공유되고 있다. 해당 내용에는 "국시원은 아직도 가장 고생하고 있는 선발대의 일정을 맨 뒤로 미루고, 3주차부터는 일체 일정조정을 하지 않는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며 선발대를 지칭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과거 의사국시 수석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OSCE, CPX 시행 첫해에 어떻게 준비했냐'는 질문에 "시험 족보(야마)가 바뀌지 않아서 앞에 시험 친 친구들이 만들어 놓은 족보 위주로 봤다"고 답한 바 있다.

OSCE는 객관구조화 진료 시험으로 다양한 장비와 모형을 이용해 정해진 조치 또는 진단 기술을 시행하는 것이고, CPX는 환자 대면 테스트로 모의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걸 가리킨다.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첫날인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장으로 관계자들이 들어서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국시원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시험의 경우 2010년 처음 시행됐는데 당시에는 (문제가)생소했고 컨닝에 대한 우려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이 시험의 목적 자체가 보건의료전문가로서 최소한의 역량을 갖췄는지를 판단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국시의 높은 합격률에 대해 "일반적인 의학교육수준의 고도화로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한 학생들은 합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치러진 2020년도 제84회 의사국시는 94.2%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한편 지난 2011년에는 전국 의대생 단체가 조직적으로 컨닝을 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전국의대 4학년 협의회(전사협) 회장 강모씨등 집행부 10명은 비밀 누리집을 만들고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