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인센티브는 더 올라간다…일용직 유혹하는 '쿠팡'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연장에 일감 배로 늘었지만 작업자 안전은 '물음표'
직원들 "작업자들간 거리두기 무너져…손소독제와 항균 티슈도 떨어진 지 오래"
한 달간 쿠팡 내 직원 11명 확진…쿠팡 "내부 감염 아닌 외부 요인에 의한 감염"

딩동, 문자 알람이 울렸다. 발신자는 쿠팡 부천 신선센터 인사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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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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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의 '인센티브' 문자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다.

쿠팡 부천 신선센터의 인센티브 안내 문자(사진=직원 A씨 제공)
광화문 집회발 코로나 확산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일주일 더 연장되면서 쿠팡은 가장 바쁜 일터 중 한 곳이 됐다.

코로나 이전 170만건 하던 물량은 300만건 넘게 늘어났다. 당연히 일손이 더 필요했다.

비가 오면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직원의 인센티브는 더 올라간다.

태풍 '마이삭'이 올라오던 지난달 29일 쿠팡의 한 물류센터는 '오전조 긴급 모집' 공고에 '인센티브 3만5천원 지급'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문제는, 늘어난 일감에 비해 근로자들의 '안전'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쿠팡은 152명 집단감염 홍역을 치른 뒤, 5천억원을 투자해 QR 코드를 이용한 방역 관련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모바일앱과 연동한 블루투스 체온계로 직원들의 체온까지 QR코드로 자동 관리하고, 수기작업 없이 3만명의 작업자들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게 했다.

또 국내 최초로 개발한 '거리두기 앱'을 이용해 작업자가 1미터 이내 공간에 머무르면 알람이 울리고 해당 접촉자가 자동으로 기록되도록 설정했다.


이 앱 시스템은 전국 쿠팡 물류센터에 적용됐으며 지난 7월 전국 배송캠프로 확대 적용됐다는 게 쿠팡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거리두기가 다 무너진 상황"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A씨는 "부천 신선센터의 경우 집단 감염 후 재오픈할때만 해도 손소독제랑 티슈를 비치했는데 지금은 다 떨어지고 없다"며 "거리두기도 현장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쿠팡 부천 신선센터의 작업장 내부. 근로자들 간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다.(사진=쿠팡 직원 B씨 제공)

또 다른 직원 B씨는 "거리두기 2.5단계 이후 물량이 급격히 늘었는데 한정된 공간 안에서 숙련되지 않은 일용직들이 일을 처리하다보니 관리자들이 엄청 재촉한다"며 "마감 한 시간 전부터 소리지르고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보안업체 소속 직원 1명이 확진돼 임시 폐쇄됐던 고양 물류센터가 이틀만에 문을 열면서 직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C 직원은 "확진된 보안요원은 입구에서 직원들 열 체크를 담당했던 사람이라 직원들 모두 접촉했다"며 "밀접 접촉자가 20여명밖에 선별이 안 됐고 이틀만에 문을 다시 열어서 나도 그렇고 다른 직원들도 불안해한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코로나에 물량이 늘어서 인력이 많이 필요한 건 어쩔 수 없는데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양 물류센터 보안업체 직원을 포함해 쿠팡에서는 최근 한 달 동안 모두 1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발생 지역은 △잠실 본사 △인천2배송캠프 △인천4물류센터 △일산1배송캠프 △서초1배송캠프 △군포배송캠프 △송파 2배송캠프 △고양물류센터 등 총 8곳이다.

이에 대해 쿠팡측은 "광화문 집회발 집단 감염이 수도권 전반으로 퍼지면서 5만명을 직·간접적으로 고용하고 있는 쿠팡 역시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내부 감염이 아니라 외부 요인에 의한 감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직원 안전을 지키는 일은 쿠팡의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라며 "직원 안전과 고객 만족을 모두 이룰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피해를 본 직원들은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에도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대처하기보다는 주문량 처리에만 급급했다"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감염병예방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김범석 쿠팡 대표 등 9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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