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취재진이 찾은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 인근 진안상가. 오전 8시가 넘어가면서 굵어진 빗줄기는 4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연신 퍼부었다. 세찬 바람까지 휘몰아치면서 비바람은 점점 불어나 오후 12시 10분쯤 진안상가를 삼켰다.
상습 침수지역이기도 한 진안상가는 이미 지난 9호 태풍 '마이삭' 당시 잠겼던 터. 복구를 채 마무리 하기도 전에 다시 잠겨버린 일대는 맹렬히 쏟아지는 장대비 소리만이 정적을 깰 뿐이었다. 폭우량을 이기지 못하고 도로로 흘러들어온 경포호수의 물살이 거칠었다. 진안상가 일대는 심지어 지난 '마이삭' 태풍 당시보다 더 잠겼다.
권씨는 "침수가 되면 냄새가 나서 장판이나 그릇을 몇 번이고 닦아내도 다시 완전히 영업을 재개하는데까지만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올해 한 달 가까이 내린 여름철 장마에 코로나19까지 더해져 지역 상경기가 정말 말이 아니다"고 혀를 내둘렀다.
상습 침수지역이기도 하지만 1년 새 연이은 태풍은 처음 겪은 진안상가 주민들은 그저 허망할 따름이다.
강풍에 여기저기 뜯겨나간 비닐하우스는 마치 잇단 침수 피해로 너덜너덜해진 이씨의 마음 같았다. 이씨는 20년 넘게 1361평에서 블루베리와 레드향, 딸기 농사를 짓고 있다.
이씨는 "보통 강릉에는 가을 태풍이 10월 중순까지 오는 탓에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고, 피해가 반복될 것 같아 잠도 편히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비만 오면 항상 걱정하고 불안해해야 하니 정말 울화통이 터진다"고 가슴을 쳤다.
무엇보다 해당 주민들은 "최근들어 침수가 더 반복되는 이유는 강릉시가 운정교 아래 경포천 둑을 제거한 탓"이면서 "그 때문에 빗물이 다 저동 일대로 흘러 내려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릉시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강한 비바람에 도로 곳곳이 침수돼 거북이 속도로 자동차를 운전해야 했던 강릉지역에서는 현재 비가 모두 그쳤다. 강릉을 포함해 양양, 고성, 삼척 등 동해안 지역도 모두 비가 그친 상황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진부령 372.8mm, 미시령 356.5mm, 강릉 267.9mm, 고성 간성 239.0mm, 속초 233.6mm, 양양 207.5mm, 삼척 179.5mm 등이다.
한편 제10호 태풍 하이선은 이날 오후 12시쯤 강릉 남남동쪽 약 100km에 육상했으며, 오후 1시 30분쯤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이어 오후 9시쯤 북한 청진 남서쪽 약 110㎞ 부근 육상으로 올라간 뒤 점차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