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촉발한 건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추천을 받은 자에 대해 30세까지 병무청장과 협의해 입영을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BTS 멤버들 대부분 현역병 입영 대상자로, 출생연도가 가장 빠른 멤버 진은 만 28세까지 입대를 연기할 수 있게 한 현행법상 올해 12월엔 입대해야 한다. 때문에 개정안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국방위원회 내에선 BTS만을 위한 입영 연기법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개정안은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대한민국의 대내외적 국가 위상과 품격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인정하여 추천한 사람에게 징집이나 소집을 연기할 수 있게 했다. 현행 병역법 60조(병역판정검사 및 입영 등의 연기)는 학교·연수기관 및 체육 분야 우수자에게 징집·소집을 연기할 수 있게 했는데, 이 대상을 '체육·대중문화예술'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전 의원은 "체육 분야는 국내외적으로 일정 성과를 얻을 경우 입영 연기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중문화예술 등 새로운 분야에서 활약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청년들에게 타 집단과 동등한 수준의 권익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입대) 시기 조정이 되지 않을 경우 젊은 청년들의 기회 박탈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 제고의 관점에서도 불합리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현재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메달을 딴 스포츠선수들은 군 면제를 받는데, 한류를 세계에 알린 BTS의 입영 연기는 왜 시켜주지 못하느냐는 논리다.
문제는 비슷한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들이 이미 수차례 올라왔지만 형평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 하고 폐기됐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 정부는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기준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내놨고, 여기에도 대중예술인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병역의무 이행의 공정성·형평성을 제고하려는 정부 기본 입장과 맞지 않아 대중예술인을 검토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국위선양'이라는 기준이 주관적이고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달'이라는 비교적 객관적인 기준과 개정안에 담긴 "국가 위상과 품격을 높이는 것"은 다른 얘기라는 것.
또다른 국방위 관계자는 "역량 있는 프로선수라고 무조건 군 면제를 받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BTS가 대단한 일을 한다고 해서 입영을 연기해 주면 기술 개발하는 과학자들도 다 연기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한, 두사람 때문에 기준을 바꾸겠다는 생각에 국회가 동조해선 안 된다"라며 "'젊은 청년의 기회 박탈'이라니, 대부분 청년들은 다 군대 다녀온다"고 말했다.
그런 데다 병역 문제에 가장 예민한 20대 남성들과 민주당이 더 이상 싸울 수 없다는 부담감도 있다.
이미 20대 남성들은 정부·여당에 등을 돌렸다. 정부·여당이 급진적인 페미니즘 정책을 편다는 오해에서 비롯한 측면도 있지만,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겪으며 문재인 정부의 상징이었던 공정성에 큰 내상을 입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당초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려고 했던 일부 다선의원들도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개정안에 동료 의원들의 서명을 받다가 회의적인 당 안팎의 분위기에 철회한 경우도 있다고 전해졌다.
해외에서도 BTS와 같은 셀러브리티에게 병역 관련 특혜를 주는 경우는 드물다.
모병제인 미국만 보더라도 엘비스 프레슬리, 코미디계의 대부 조니 카슨, 야구계의 전설 조 디마지오 등 대중문화예술인과 스포츠선수를 막론하고 군에 복무한 사례가 많다. 특히 엘비스는 지금의 BTS처럼 전성기를 구가하던 중 연예병사가 아닌 일반병사로 2년 동안 복무했다.
로큰롤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개척하는 등 음악사를 바꾼 엘비스지만, 어느 미국인도 이를 "국가 위상과 품격을 높이는 국위선양"이라고 보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국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도 "이번 개정안은 말도 안 되는 법"이라며 "이름없는 국민들도 국위선양하고 애국하는데, 형평성 차원에서 이런 법을 어떻게 통과시키겠느냐"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빨라도 11월쯤 심사될 예정이다. 국방위는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라는 시급한 현안을 앞두고 있고, 청문회가 끝난 뒤엔 국정감사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