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갈 길도 멀다.
총선 당시 여성 공천은 전체의 30%를 밑돌았다. 민주당 소속 지방자체단체장의 잇딴 미투에 당내 젠더 감수성의 민낯도 드러났다. 최고위원 할당제 명문화, 젠더폭력특별위원회의 상설화 등 젠더 아젠다도 번번이 관철시키지 못했다.
대선과 서울·부산시장 등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여성 세력을 규합할 차기 전국여성위원회 위원장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해진 이유다.
◇기대감은 커졌는데 인물난에 빠진 與 여성위
전국여성위원회 위원장의 임기는 다음달 초에 끝나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후보가 없다. 전국위원장은 ARS 투표와 여론조사를 실시해 선출되는데, 후보군에 꼽히는 의원들이 대부분 상임위원장이나 당직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 나서는 사람이 없다"며 "정춘숙, 송옥주 의원이 하면 모양새가 좋은데 둘다 상임위원장이다.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면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정 의원의 경우 원내 얼마 없는 여성계 출신으로 관록이 있고, 겸임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를 맡고 있는 만큼 타 상임위원장과는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재정 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재선에 인지도도 높고 상임위원장도 맡고 있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얼마 전 최고위원 선거 예선에서 떨어진 게 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양향자 의원만 제치면 최고위원이 되는 상황에서 고배를 마신 터라 '여성 세력 규합'이라는 측면에서 면이 서질 않는다는 것.
그런데다 젠더 문제는 민주당의 뿌리깊은 문제인데, 이를 해결하려다 '욕받이'만 될 거라는 부담감도 의원들이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전투력 있는 현역의원이 맡아야 힘 실려"
각 정당의 여성위원회는 여성의 정치 세력화를 총괄한다. 국고보조금 10% 이상을 지원받아 정책과 인재 개발, 각종 공모사업도 한다.
차기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위원장은 176석 수퍼 여당이 된 만큼 이전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관리하게 되고, 재보궐 선거와 대선에서 싸늘해진 여성 유권자 표심도 회복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는다.
현역의원이 나서지 않으면 원외에서 후보를 찾으면 된다는 일부 의견에 힘이 실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전국여성위원회 위원장은 당시 원외였던 양향자 현 최고위원, 초선이었던 백혜련 의원이었는데, 이번엔 원외는 곤란하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내 여성 정치에 잔뼈가 굵은 한 관계자는 "재선 이상 중 전투력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어쨌든 여성 아젠다를 당내에서 관철시키는 게 중요하지, 전국을 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여성 정치인'으로 당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향후 선거에서 여성 공천 위해 얼마나 잘 싸워줄지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현역의원이 위원장을 맡으면 업무가 과중해 지역 여성위원회와 소통이 부족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보단 위원장의 당내 영향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여성의원은 "여성위원회가 잘 돼야 여성 인재도 기르는데, 그동안 하느라고 했겠지만 부족한 게 많다"고 평가했다.
차기 대선주자들이 9개의 전국위원회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리전'이 펼쳐질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또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대선 시즌인데, 임기가 2년인 전국위원장은 대선과 맞물리게 된다"며 "차기 대권을 바라보시는 분들이 측근을 미는 대리전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