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제일교회의 주장은 일관됐다. 정부가 이 교회를 특정해 코로나19 검사 기준을 강화해 적용하거나 확진자 수가 조작됐다는 식의 주장이다. 심지어 펜앤마이크 정규재 대표, 연세대 류석춘 교수 등 이른바 '우파' 인사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나름의 논리체계를 갖춘 이들의 주장은 유튜브를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의 신뢰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랑제일교회 "방역조치 신뢰 어렵다"…"확진자 분류 기준 등 공개해야"
당시 공동변호인단 강연재 변호사는 "확진자 수라는 것이 정부의 검사 대상 범위를 어디까지 강제하고 어떻게 조치하느냐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조정받을 수 있다"며 "8.15 집회 참가자로 전방위 확대해 검사를 진행하면 당연히 무증상 확진자가 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또 "교인 중 일부는 애초 음성 판정이 나왔다가 양성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인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통계의 모집단이 느는 만큼 확진자 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고, 코로나 진단검사의 정확성을 믿기 어렵다는 취지다.
의료계 전문가도 가세했다.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은 "정부가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에게 적용하는 코로나19 강제검사와 자가격리 대상 통보 기준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나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확진자와) 1m 이내 15분 이상 접촉했을 때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접촉 증거가 없는 전 목사와 교인 등에게 자가격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랑제일교회는 이런 식으로 연일 기자회견을 열어 방역당국에 정면으로 '저항'했다.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일까지 8.15 비대위와 변호인단 명의로 최소 7차례의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온라인을 통한 긴급 성명서 발표 등을 포함하면 더 많다.
지난달 25일에는 같은 취지의 내용을 담아 질병관리본부에 공개 질의서를 발송했고, 이튿날에는 질병관리본부에 정보공개청구를 마쳤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 서울시 서정협 시장 직무대행을 상대로 직권남용과 강요, 예배방해죄 등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지원 사격 나선 '우파'인사들…"중국인 입국 금지 안 한 정부 탓"
지난달 31일에는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 소장, 연세대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 KAIST 이병태 교수, 미디어연대 이석우 공동대표 등으로 구성된 '서민경제 초토화하는 코로나계엄 반대 시민비대위'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가 방역 실패의 책임을 감추기 위해 광복절 집회와 교회를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2~3월 거의 모든 국가가 취한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하지 않고 내국인 통제에 열을 올리더니, 이번에도 더 크고 강한 감염원은 통제하지 않고 엉뚱한 곳을 통제한다"며 "그런 점에서 문 정부의 방역은 과잉방역을 넘어 책임 호도 방역이요, 선후강약이 틀린 거꾸로 방역"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여러차례 "사실 아니다"라고 해명…전문가 "입국제한 주장 말 안돼"
코로나19의 감염력이 공간의 구조, 밀집도, 환기 여부 등에 각종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일률적으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논란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지난달 24일 "사랑제일교회 확진자의 15일 동선을 분석한 결과, 경복궁역에서 광화문역 사이에 동선이 집중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도권 확산세가 급증하는 가운데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인 데다 사랑제일교회 확진자의 동선도 파악된 만큼 정부의 조치가 무리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확진자 수 조작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정 본부장은 같은 날 "절대로 환자 수를 조정하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고,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한다면 단호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7월 말부터, 8월 초에 지역사회 전파가 상당히 일어났다고 판단된다. 그래서 15일에 다중이 모이지 말라고 권고했던 것"이라며 "그런 식의 주장은 책임 회피"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 초기 중국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가장 강력하게 했던 나라가 미국, 일본이었다"며 "입국금지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건 이미 밝혀진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나름의 논리구조 갖춰 전부 진실인 양 믿을 가능성↑"…"방역구멍 우려도"
이틀에 한 번꼴로 이어지는 기자회견과 이를 재생산하는 보수 유튜버들의 물량전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정부가 매일 두 차례 브리핑을 열며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 하지만, 이들의 공세에는 역부족이다. 실제로 사랑제일교회의 공식 유튜브 '너알아TV'에 올라온 기자회견 조회 수는 수만에서 수십만을 웃돈다.
성공회대학교 최진봉 신문방송학교 교수는 "예컨대 WHO나 CDC 같은 (권위 있는) 기관을 인용하게 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주장의 진실성을 더 신뢰하게 된다"며 "사실에 맞지 않고 의학 전문가의 주장과도 다른데도 사람들은 교회 측의 주장만을 더 믿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신뢰성이 낮아진) 방역당국의 조치를 따르지 않게 돼 방역체계에 엄청난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정부에 대한 비판을 할 수는 있겠지만, 책임소지가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검사가 안 된 사람들은 독려하는 말과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일단 당국의 조치를 믿고 협조해달라며 읍소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구속력이 있는 법적 조치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6시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관리대상자 5300여명 중 3900여명(73.5%)만 검사를 받았고, 1400여명이 검사를 거부하거나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8.15 집회와 관련해서는 관리대상자 4만7천여명 중 1만8천여명(38.2%)이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거부하거나 연락이 두절된 경우는 7천여명 수준이다.
특히 서울시는 "이번 달 초쯤 사랑제일교회의 방역수칙 위반과 역학조사 방해 등 감염병예방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며 구상권 청구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지난 1일 오후 12시 기준으로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는 1083명을 기록했다. 이 중 교인 및 방문자가 583명, 추가 전파된 환자가 402명, 감염경로를 조사 중인 사례가 98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는 419명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