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배달대행업체?…라이더 안전은 '빨간불'

라이더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도 여전히 '대면 배달'
배달대행업체 신속 배달 마케팅에…라이더들은 속도 경쟁에 내몰려

본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대면 배달을 할 때 늘 불안하죠. 고객분들 대부분 집에서 음식을 받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나오세요. 그 분이 자가격리자이거나 무증상 확진자일 수도 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처로 배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라이더들이 대면 배달, 속도 경쟁 등으로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 배달대행업체들은 비대면 배달을 위한 선결제 주문(앱으로 미리 계산)과 포장 주문을 유도하는 수준의 조치만 취할 뿐 뾰족한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라이더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도 여전히 '대면 배달'

서울 마포구에서 배달 업무를 하고 있는 A씨는 "최근엔 선결제 주문이 많이 늘어났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대면 결제를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주문자와 대면해야 한다. 하루에 최소 20건은 된다"고 밝혔다.

그는 "저희 입장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주문자가 자가격리자일지, 무증상 확진자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걸리면 건강도 문제이지만 당장 수익이 끊긴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성동구와 동대문구에서 일하는 라이더 B씨도 "업체 측에서 비대면 배달을 허용하는 정책 같은 건 없다"며 "기사가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 기사마다 다르지만 저는 배달한 뒤 '코로나 때문에 집 앞에 두고 갑니다'라고 메시지를 남긴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대면 결제"라며 "일부 업주들은 선결제를 부탁한다는 공지사항을 올리는 걸 꺼려한다. 법인카드로 결제하거나 대면 결제를 선호하는 손님들을 놓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에게도, 업주에게도 라이더들의 안전은 뒷전이 되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지난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 햄버거 매장에 영업시간 단축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배달 라이더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기획팀장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라이더들을 위한 마땅한 안전장치가 없다"며 "라이더유니온은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비대면 주문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배민과 요기요가 비대면 주문을 (고객들에게) 권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대면 결제가 많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이면 한시적으로라도 전면 비대면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선결제 주문, 포장 주문 유도와 같은 소극적 대응만으론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신속 배달 마케팅에…라이더들은 속도 경쟁에 내몰려

라이더들은 속도 경쟁에도 내몰리고 있다. 구 기획팀장은 "최근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업체들이 속도가 빠르다는 걸 강조하며 마케팅 전략으로 쓰고 있다"며 "업체들이 일종의 '대목'을 만났다고 생각하고 속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배달업계는 신속 배달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쿠팡이츠는 '치타배달', 배달의 민족은 '번쩍배달', 요기요는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내놓으며 속도 전쟁에 뛰어들었다. 이에 대해 구 기획팀장은 "업체들이 빠른 속도를 마케팅으로 내세우면 라이더들은 속도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쿠팡이츠에서 라이더로 근무하는 C씨도 "속도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쿠팡이츠의 경우 라이더들에게 평점제를 운영하고 있다. 평점제는 고객이 평가한 배달평점, 배달요청 수락률, 배달 완료율, 피크 참여현황 참여율로 이루어진다. C씨에 따르면 평점이 낮으면 콜을 주는 횟수가 줄어드는 등 라이더에게 불이익이 따른다.

쿠팡이츠가 운영하는 라이더 평점제. (사진=취재원 제공)
C씨는 "과거엔 매장 도착률, 고객 도착률까지 평점제에 포함됐다"며 "배달 도착 시간에 1분이라도 늦으면 평점이 깎이기 때문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사고율도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배달 시간이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고객이 평점을 깎을 수 있기 때문에 늘 속도에 대한 압박이 있다"며 "또 수락률과 배달완료율 평가는 도착지가 멀어도 콜을 취소할 수 없게 만든다. 특히나 요즘처럼 배달 수요가 높을 때엔 시간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속도 경쟁에 내몰려 사고가 났을 때도 문제다. 업체에 따라 유상보험을 들어주지 않는 곳도 있어 사고가 나면 책임은 오롯이 라이더가 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라이더 D씨는 "라이더 중에 유상종합보험을 드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경력이 많아도 100만 원 수준인데 누가 들 수 있겠나. 시간제 보험이라도 들어주는 곳도 있지만 제가 일하는 업체에선 아무런 책임도 져주지 않는다. 지난 7월 사고가 났을 때도 개인보험으로 처리했다"고 토로했다.

한편 배달업계는 주문량 폭증으로 라이더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라이더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내부에서도 라이더들의 열악한 환경을 인지하고 처우 개선 등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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