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시개]"조국 가까이 하소서"…시무7조 이어 '영남만인소'

'경상도 백두 김모', 영남만인소 청원 지난달 31일 올려
조은산 시무 7조 비판한 듯 보이지만 정부정책·인사 풍자

※뜨는 이슈, 가려운 이슈를 속시원하게 긁어드립니다. [편집자주]

(그래픽=고경민 기자)
상소문 형태의 글로 현시대를 풍자한 진인 조은산의 '시무 7조'가 화제인 가운데 또다른 상소문이 등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진인 조은산을 탄핵하는 영남만인소"라는 제하의 청원이 지난달 31일 올라왔다. 영남만인소는 조선시대 말 고종 시절 영남지역 유생 1만 여명이 개화정책을 반대하며 올린 상소문이다.

'경상도 백두 김모'라는 필명의 청원인은 "진인 조은산이라는 자가 여러 차례 '시무 7조'라는 이름의 망령된 상소문을 황상폐하께 올려 나라를 어지럽히고 인심을 혼란케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소인에게 유전한 은산의 '시무7조'를 대강 살펴보니,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머리털이 쭈뼛해지고 간담이 떨리며 홀연히 눈물이 넘쳐 주체할 수 없이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청원은 제목만 봤을 땐 흡사 림태주 시인이 올렸던 글을 연상시킨다. 지난 28일 올라온 청원에 답하는 '하교' 처럼 이번 청원도 화살이 조은산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식상 시무7조를 비난하는 내용일 뿐, 실상은 시무 7조에서 지적된 비방을 되새겨 현정부 정책을 비꼬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청원인은 전국민에게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황상폐하께서 은혜를 베푸시어 거금 일백만냥씩을 재난지원금으로 집짐마다 가리지 않고 하사하시니 온백성이 기뻐 날뛰며 모두 황상폐하의 은혜에 보답하며 몰표를 던진 전례가 있지 않사옵니까"라며 "성조 단군께서 나라를 세우시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명멸한 이 나라 군왕 중에서 어느 누가 있어 백성에게 돈을 나눠주며 '소고기를 사 먹으라'고 은혜를 베풀었나이까"라고 풍자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흑석동 재개발 상가 매입과 관련된 논란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을 두고는 "광화문 광장의 촉화봉기로 황상께서 즉위하시는 과정에 한겨레신문 기자이던 김의겸이 세운 공은 길가는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며 "김의겸을 승지로 임명해 가까이 두시고 내금위 호위무사들의 숙소마저 내 주시니 김의겸은 영끌의 귀재답게 돈을 모아 흑석동의 건물을 사들여 수십억냥의 이득을 취했다고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김의겸은 승지에서 물러났으나 황상폐하의 은덕으로 그의 수중에 돈은 고스란히 남았으니 이 또한 황상폐하의 은공이 아니겠습니까"라고 덧붙였다.

'똘똘한 한 채'라는 발언을 했던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도 저격했다. 청원인은 "도승지 노영민은 똘똘한 강남의 한 채를 남기려다 그것마저 황상의 뜻을 받들어 오두막집 한 채도 없이 팔아버린 그야말로 황상폐하의 눈 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여쁜 신하입니다. 이제 그가 조선 천하에 머물 집도 없으니 어찌 대궐에서 내칠 수 있겠습니까"라고 꼬집었다.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여 강남의 집 두채를 온전하게 보존하도록 했으며, 승지 김수현(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수많은 대소신료들이 모두 똘똘한 강남의 집을 갖고 있어 황상폐하의 은혜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차기 대권주자에 대한 발언도 담겼다. 청원인은 "황상폐하께서 인재를 발탁해야 할 가장 중요한 대목은 후계자를 책봉하는 일"이라며 "오로지 황상폐하에게 충성할 자를 낙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의정을 지낸 이낙연은 선대 무현황제(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이를 주도한 당여에 합세하고 있었으므로 선대 무현황제에 천추의 한을 남긴 허물이 있으며, 이재명(경기도지사)은 성정이 급하고 언사가 격하여 혹여 그 뜻을 이루면 자신의 형수에게 퍼부은욕설을 황후마마에게 퍼부울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해서는 "심성이 우유빛처럼 맑고 착하여 일찍이 '경인선' 무리들에게 '바둑이'라고 불려왔으니 선대 무현황제에게 바둑이처럼 충성하였듯이 황상폐하께도 충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서는 "성균관에서 유생을 가르칠 당시 세상의 온갖 일에 개입하여 지적질을 해 대다가 스스로 형조판서에 오르자 솔선수범하여 그간 타인을 비난하던 일들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조 스트라다무스'라고 불릴 만큼 통찰력이 있는 인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조국 판서와 김경수 감사를 늘 가까이 하시기를 바라옵니다"라고 전했다.

청원인은 대일본 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황상폐하께서는 일관된 원칙과 추상같은 기세로 일본국을 다루었으니 온 백성이 기뻐하면서 반일 전선에 나서게 되었다"며 "형조판서 조국은 죽창가를 주창하면서 만백성을 이끌고 나섰으니 실로 오천년 역사에 일본국을 상대로 정신승리한 최초의 대첩"이라고 풍자했다.

또한 "아베신조가 황상폐하의 추상같은 기세에 눌려 중병을 얻었다는 소식마저 전해지는 바 황상폐하의 신묘한 외교술은 실로 잠자는 용의 아가리를 열어 여의주를 취하는 계책"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청원인은 "사실 소인이 비천한 재주를 뽐내어 허튼 글발로 허황된 상소문을 작성한 것은 오로지 나라의 사람들에게 한 번 읽혀서 모두들 허리를 잡고 한바탕 웃게 하려는 것입니다. 아마 이 상소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면 '입 안에 든 밥알이 벌떼처럼 튀어나갈 것이며, 갓끈이 썩은 새끼줄처럼 끊어질' 것입니다"라며 글을 마쳤다.

현재 영남만인소 청원은 1만 1240명의 동의를 얻었다. 조은산의 시무 7조 청원이 하루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것과 비교해 다소 느린 추세지만, 대중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동의를 얻는 속도 역시 가팔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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