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조승현(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회장)
의사는 예과 2년, 본과 4년 배우고 나서 의사 국가고시를 보면 면허증이 생기는 겁니다. 그러니까 엄연히 따지면 의대생은 아직 아니고요. 의사 국가고시를 통과해야 면허증이 생기는 거니까 이 국시는 상당히 중요한 관문이죠. 그런데 의사 국가고시, 예정대로라면 오늘부터 치러졌어야 합니다마는 응시생의 93%가 응시를 포기하면서 시험이 일주일 연기됐습니다. 자, 지금부터 의대생의 얘기를 직접 들어볼 텐데요. 도대체 파업은 왜 하는 거야? 길 막히는데 데모 왜 하는 거야? 우리 과거 노동자들 파업할 때 이런 비난 많이 했잖아요. 뉴스에 길 막히는 것만 나오고 왜 파업하는지는 다루지 않았죠. 저는 그게 큰 문제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닙니다. 자, 왜 대학생들까지 이번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건지 좀 듣고 판단해 보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조승현 회장 연결돼 있습니다. 조승현 회장, 안녕하세요.
◆ 조승현>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일단 정부가 어제 오후에 (의사 국시) 일주일 연기를 결정했네요. 의대생들은 이 시험 안 치면 의사도 못 되는 거잖아요.
◆ 조승현>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응시생의 93%가 시험을 포기했다는 얘기를 듣고 좀 놀랐는데. 다들 고민은 깊었을 것 같아요.
◆ 조승현> 사실 어떻게 보면 1년이라는 시간을 반납을 하면서 그러니까 자기의 권리를 내려놓으면서까지 투쟁을 한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의 건강, 그리고 생명과 직결된 의료 법안을 발의하고 상정하면서도 협의나 자문조차 구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그리고 그를 우려하는 의료계의 마지막 목소리마저 (듣지 않는) 정부의 일방적 행보 때문에 그렇게 학생들까지 목소리를 내게 되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김현정> 다들 고뇌를 많이 하다 내린 결정이에요?
◆ 조승현> 네, 물론이죠.
◇ 김현정> 혹시 선배들 눈치 보느라 좀 등 떠밀리듯이 이렇게 (응시) 포기를 한 경우는 없었어요?
◆ 조승현> 오히려 반대입니다. 옛날에 (의료계의) 다른 움직임들을 보시더라도 근 20년간 학생들까지 움직이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었고요.
◇ 김현정> 없었죠.
◆ 조승현> 이번에는 학생들 그리고 젊은 의사라고 불리는 전공의부터 움직이게 되었기 때문에 선배들 등쌀에 떠밀렸다기보다는 오히려 학생부터 거리에 나서게 된 경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자, 그렇다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가’ 그 이유를 좀 들어봐야 될 텐데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학생들까지 그러니까 한두 조직이 아니라 전공의, 전임의, 의대생, 심지어 원로교수들까지 나서서 왜 이렇게 이번 정책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건지 그거를 좀 듣고 싶어요. 단도직입적으로 의대 정원 늘리는 그 자체에 대한 반대입니까?
◆ 조승현> 많은 분들께서 정원 자체가 늘어나면 안 된다라고 반대하는 것이 의사들 혹은 예비 의료인인 의대생들의 입장이라고 보실 수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는 않고요. 증원 자체를 일방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합리적인 추계를 통해서 그 증원을 한다고 하면 그에 대해서 납득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 김현정> ‘의대 정원 늘리는 것에 대한 반대는 아니다’ 지금 입장을 분명히 하셨어요. 그럼 핵심적인 이유는 뭘까요, 지금 이 반대의.
◆ 조승현> 사실 추계가 필요한 거죠. 왜냐하면 의료 정책을 만들 때 사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얼마나 어느 곳에 어떻게 인력이 부족하다, 의료 자원들이 부족하다라는 추계가 먼저 나오고 그를 토대로 합리적인 추계를 통해서 이 정도 인원이 필요하다라는 주장을 먼저 해야 되는데 사실 그것보다는 당장 몇 명을 늘리겠다라는 수치가 먼저 나오고 그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었던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정말 합리적인 추계를 통해서 이 정도 인원이 늘어나야 된다라는 주장이 나왔을 때, 그리고 그게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협의 혹은 자문을 통해서 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를 통해서 나온 결과였다라고 하면 이만큼의 반대가 있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번 정책을 펴는 정부의 취지는 이런 거잖아요. ‘지방에서 근무할 의사를 많이 양성하겠다, 그리고 공공 분야에 매진할 의사들을 양성하겠다’ 이게 취지 아닙니까? 그러면 ‘이 취지 자체는 찬성인데 지금 방법적으로 틀렸다’ 이렇게 요약하면 되겠어요?
◆ 조승현> 취지에도 저의 개인적으로는 크게 공감하지는 않지만 일례로 OECD 의사 수를 말씀을 하시면서 의사 수가 부족하다 그래서 늘려야 된다라는 주장을 계속 하고 있는데 사실 의료 접근성 자체로 그리고 1인당 외래 방문수 등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가 그렇게 부족한 편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정말 부족하다라고 하면 늘려도 되고 그리고 지역에 의료 접근성이 낮다라고 하면 늘려도 되지만 그에 대한 명확한 논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다다익선이라고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은 거 아니냐’ 지금 이런 질문들도 들어오거든요.
◆ 조승현> 의사들은 사실 면허를 받는다고 의료행위를 명확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저는 의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의사는 만들어져야 되기 때문에 조금 더 체계적인 의학 교육 하에서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내용들이기 때문에 정말 철저하게 관리가 돼야 되는 거거든요. 결국 퀄리티 컨트롤이 필요한 의사를 만들기 위해서 결국 의학교육이 그만큼 뒷받침되어야 되는데 지금마저도 의학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보는 편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여기에서 정말 (의대생) 숫자가 더 늘어난다고 하면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서 본인들이 받을 수 있는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과연 그러면 정말 정부가 원하는 그런 양질의 의료인을 계속해서 늘릴 수 있느냐라고 하는 것은 미지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의사는 다른 직업과 달리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냥 다다익선, 그냥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라 퀄리티 컨트롤, 질적인 관리가 돼야 되는데 지금은 그 그릇이 안 되는 상황에서 수만 늘리면 안 된다’라고 현장에서 말씀을 하시는 거군요.
◆ 조승현> 네.
◇ 김현정> ‘지방에 근무할 의사들을 양성하겠다’ 지금 이 얘기가 나오는 건데 그 취지에서 봤을 때는 그 부분은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보세요?
◆ 조승현> 지역의사제를 표방을 하면서 사실 10년 근무를 주장을 해주시거든요. 그리고 기피과라고 말을 하는 그런 소수 과들을 선택해서 그 과들에 대해서 공부하고 의료를 할 수 있게 한다고 말을 하는데 사실 이거 효용성 자체에 대해서 조금 의문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그런 헌법적 가치에 대해서 위헌의 소지가 조금 다분하다라는 점이 있을 수 있고요.
두 번째로는 보통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졸업을 하고 바로 면허를 따서 의료를 행하는 GP. 흔히 말하는 일반의가 아니라 대부분 전문의로 의료를 행하게 되는데 그런 걸 위해서는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지 않겠습니까? 수련을 받아야 하는, 그러니까 전공의라고 하는 신분에서 교육생 입장과 근로자의 입장은 모두 포함한 교육기간 동안 정말 정부가 추진하는 그 원하는 바를 내놓을 수 있는 그 의료인력이 되어서 그때 지역에서 의료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가는 굉장히 미지수인 거죠. 10년에서 전공의 기간인 5년을 제외하고 군복무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2년 동안, 혹은 5년 동안 정말 원하는 바를 만들 수 있는가,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수련 기간이라는 게 상당히 긴데 그 수련하는 기간 다 채우고 나면 수도권으로 올라와 버리면 그게 무슨 소용이냐’ 이 말씀이시네요.
◆ 조승현>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 부분에서 ‘정책의 취지 자체에 의문을 품는다’ 이게 핵심인 것 같은데. 저희가 의료시민단체에 계시는 분하고 한 분 인터뷰했을 때 이 얘기하시더라고요. ‘이거(지역의사제) 기간을 20년 정도 늘리면 좋겠다’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정부에서도 지방에서 근무할 의사를 찾는 게 취지라면 더 늘리는 것도 방법일 텐데 그럼 늘리지 않는 것은 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보세요?
◆ 조승현> 정부 측에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사실 저도 알 길은 없고요. 다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까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렇게 강제적으로 어떤 지역에 근속해서 근무를 계속 해야 된다라고 하는 것 자체가 헌법적으로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 김현정> ‘결국 10년밖에 못 했을 것이다?’
◆ 조승현> 네, 맞습니다. (지역의사제) 2, 30년 하면 그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죠. 그러나 그거 정말 할 수 있겠느냐라는 질문에는 대답이 되지 않느니 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10년에서 더 늘리면 위헌 문제에 걸려 버릴 테고 10년으로 줄여버리고 나면 지금 이 취지하고 맞는 건가에 의문부호가 찍히고’ 그러는 거군요.
◆ 조승현> 좀 더 근본적으로 10년이라는 기간보다는 애초에 어느 지역에서 근무해야 된다라는 강제성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정말 원래 취지에 맞는 정책이냐, 문제제기를 하는 거다’ 그 말씀이신데. 그렇더라도 ‘지금 시기가 코로나로 엄중한 국면이니까 일단 파업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좀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을까’ 이런 의견도 많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조승현> 우선 저희는 학생이기 때문에 전공의가 아니고. 그래서 조금 저희가 입장을 대변하기에는 굉장히 위험한 부분도 있습니다. 다만 이제 전공의 선생님들의 입장에서 이것이 정말 환자 생명을 볼모로 파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분명 나올 수도 있겠지만 정말 환자 생명을 담보로 이런 움직임을 보인 것의 시작이 전공의였는지 혹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했었던 당정청이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일 것 같습니다.
◇ 김현정> 학생들 분위기하고 또 이미 의사면허증을 갖고 있는 전공의, 전임의 분위기하고는 다를 것 같은데 학생들은 모이면 뭐라 그래요?
◆ 조승현> 가장 큰 것은 사실 이 정책의 일방적인 추진에 대해서 가장 실망한 것이 많이 있고요.
◇ 김현정> 절차의 문제?
◆ 조승현> 네. 그리고 아직 면허를 따지 않았는데 우리가 정말 이렇게 면허를 힘들게 따서 이 의료계에서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의사들이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보면 국민의 건강을 수호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을 하려고, 그리고 그렇게 면허를 따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보면 무력감에 굉장히 절어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요. 그 무력감이 지금은 어떻게 보면 정책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김현정> 지금 의사들이 원하는 건 이번 정책의 철회죠, 연기가 아니라 철회.
◆ 조승현> 적어도 젊은 의사들. 전공의생들, 전임의 선생님들 그리고 학생단체 입장에서는 철회, 전면 재논의, 원점 재논의 요구를 원하고 있는 바입니다.
◇ 김현정> 지금 시험, 국시가 연기된 일주일이 어떻게 보면 대화의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던데 만약 그 일주일 안에 이 정책 철회, 정책 백지화가 명문화되지 않는다면, (정책) 연기는 정부가 얘기한 상태이지만 백지화까지 명문화되지 않는다면 그러면 일주일 후에도 93%가 시험 안 치는 겁니까?
◆ 조승현> 저희 입장은 명백합니다. 국가고시를 일주일 연기해 달라고 한 바가 아니라 아까 말씀드렸던 그런 정책의 정상화, 그러니까 철회나 전면 재논의, 원점 재논의를 요구한 것이기 때문에 기간에 대해서는 그 행동 자체에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하고요. 일주일이 지나도, 혹은 한 달이 지나더라도 이 입장에서는 변화가 없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럼 의사 못 되시는 건데요? 의사면허증 못 따는 건데 그래도?
◆ 조승현> 저희는 그것을 감수하고 단체 행동에 임하고 있는 것입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입장을 좀 확인해 보죠.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조승현>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의대생들의 협의체입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 조승현 회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