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긴 靑 다주택 참모 '0'…대통령 인사권도 축소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靑 다주택 참모들의 주택 처분 권고
솔선수범 취지였지만 노영민 '똘똘한 한채' 논란 등으로 국정에 부담 안겨
상당수 집 팔기 전에 인사로 청와대 떠나 취지 무색
"기계적인 다주택자 배제, 인사권 행사 축소 우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한 모습.(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단행한 31일 청와대 인사에서 다주택 참모들 중 마지막 남은 1인이었던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이 교체됐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달 안으로 청와대 다주택 고위직 참모들에게 주택을 처분하라고 최후통첩을 했던 만큼, 이날 인사로 '다주택 제로'의 약속은 가까스로 지켜지게 됐다.


하지만 득보다는 실이 많은 지난한 과정이었다. 청와대가 솔선수범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던 다주택 처분 권고의 후폭풍으로 국정 운영에 해가 될 정도로 상당한 잡음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의 폭이 좁아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노영민 권고 이후 숱한 잡음과 논란…6명 주택 처분 안하고 인사 통해 靑 나갔다

청와대 다주택 참모들에게 처분 권고가 내려진 것은 지난해 12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이 나온 당일이었다.

노영민 비서실장이 "청와대 고위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면서 "수도권 내에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다주택 공직자들의 경우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이른 시일 내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시한은 6개월로 정했으며, 해당 지역을 수도권의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로 한정했다.

당시 청와대에서는 노 실장이 내부 조율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일방적인 권고를 내린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권고 시한이었던 지난 6월 말까지 집을 판 참모들이 소수에 그치면서 본격적으로 논란이 불거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각계 비판이 이어지고 여권에서도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노 실장은 또 한번 참모들에게 '강력 권고'를 내렸다. 동시에 자신도 집을 한 채 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논란됐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서울 강남 반포 주택 모습. (사진=자료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제가 더 커졌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과 충북 청주시에 아파트 두 채를 소유하고 있던 노 실장이 지역구인 청주 대신 반포를 남기기로 한 것. '똘똘한 한 채'를 남겼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자 결국 노 실장은 떠밀리듯 청주에 이어 반포 아파트도 처분하기로 했다.

노 실장의 '강력권고' 시한인 7월 말까지도 4명만 처분하고 8명이 다주택자로 남는 등 과정은 지지부진했다. 특히 강남에 집 두 채를 소유했던 김조원 전 민정수석이 집중 타깃이 됐다.

주택 처분 시한은 슬그머니 8월 말로 재연장됐지만, 결국 상당수는 문 대통령의 인사로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청와대를 나가게 됐다.

압박을 받던 김조원 전 민정수석이 지난 10일 수석급 인사 때 청와대를 나갔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압박을 받던 김조원 전 민정수석, 김거성 전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10일 수석급 인사 때 청와대를 나갔다. 그 전에 인사가 난 박진규 전 신남방·신북방비서관, 조성재 전 고용노동비서관, 윤성원 전 국토교통비서관 등 3명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 다주택 참모의 최후 1인이었던 여현호 비서관까지 31일자 인사로 교체되면서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총 6명이 다주택을 유지한 상태에서 인사를 통해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 솔선수범 취지 무색…집 두 채면 무조건 안된다는 '뉴노멀' 누구를 위한 기준?

다주택 참모 제로를 어렵게 달성했지만, 상당수는 문 대통령의 인사를 통해 다주택을 유지한 상태에서 청와대를 나가게 되면서 '솔선수범'이라는 본래 취지가 퇴색하게 됐다.

노 실장의 '똘똘한 한 채' 등 청와대발 논란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발과 맞물리면서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있어서 플러스 보다는 마이너스가 됐다는 것이 청와대 안팎의 평가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 인사권 행사의 폭이 상당히 제한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후속 인사에서 다주택 보유자들이 새로 기용되지 않으면서 인사 기준에 있어서 무주택·1주택자라는 기준이 새로 자리를 굳혔다. 이는 각계의 다양한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서 상당한 제약이 될 수 있다.

서울 시내의 아파트 전경.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한 여권 관계자는 "2주택 보유 등 전 정권에서 문제가 되지 않았던 기준들이 늘어나면서 이번 정권 들어 인재 등용의 폭이 좁아졌다"며 "다주택자를 원천 배제하는 것은 본질을 벗어나는 것 같다.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도 기계적인 다주택자 배제가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 의구심을 제기한다.

김민전 경희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정 운영에 있어서는 능력과 자질을 최우선으로 봐야하는데 단순히 다주택자라고 무조건 배제되는 것은 상식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재산 형성 과정에 도덕적으로 하자가 없는지를 따져야지 집이 한 채인지, 두 채인지를 놓고 기계적으로 따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형평성의 문제가 생길 뿐 아니라 문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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