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종영한 KBS 수목드라마 '출사표'는 고동찬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코믹 연기를 경험한 작품이면서, 좋은 배우와 제작진 덕을 본 '잊지 못할 현장'을 선물한 작품이다. 비록 시청률은 2~3%대에 머물렀지만 오동민에게는 "마음속 바구니에 잘 잡아두고 싶은 소중한 작품"이다.
CBS노컷뉴스는 '출사표' 고동찬 역을 연기한 오동민을 서면 인터뷰했다. 함께한 배우들, 갑자기 불거진 동료 배우 전소민과의 열애설, 차기작 여부와 연기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제일 하고 싶었던 '코미디', 드라마에선 처음 해 보다
실제로 주민들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기념사진 남겨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기 바쁜 고동찬은 악역이긴 했으나, 약간의 빈틈과 귀여움을 가미한 얄미운 인물에 가까웠다. 독립영화에선 곧잘 했어도 드라마에서는 처음 맡는 코믹한 배역이었다. 어릴 적 꿈이 코미디언이었고, 코미디 연기를 해 보고 싶었던 그에게 적격이었다.
"사실 드라마에서는 코믹 연기가 처음이지만, 독립영화에서는 코믹 연기를 해봤기 때문에, 거기에서 나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또 느끼고 싶더라고요. '출사표' 오디션 때도 '제일 하고 싶은 장르' 질문에 '코미디 하고 싶다'고 얘기했고, 드디어 하게 됐어요. 고동찬이 이렇게 코믹할 줄은 몰랐죠. (웃음) 만족스러운 지점을 드릴 수 있어서 행복해요."
'출사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묻자 오동민은 상대 배우들에게 공을 돌리기 바빴다. 그는 "씬 자체가 이분들 덕에 훨씬 풍성해졌다. 오히려 동찬이 캐릭터를 알아가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마원구의회 실세 조맹덕(안내상 분) 바라기이자 극중 코믹함을 담당했던 '심장시'(심장양-장하운-시단규)를 연기한 서진원, 한동규, 이창직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오동민은 "세 분 모두 메소드 연기로 애드리브로 해주시는데, 합이 짝짝 맞고, 세 분 연기 보는 재미가 있었다. 웃음을 참기 힘들 정도로 유쾌한 현장이었다"라고 돌아봤다.
드라마 방송 중 예상치 못한 열애설도 있었다. 단막극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에 함께 출연했던 동료 전소민과 '럽스타그램'(연인 사이를 연상케 하거나 티 내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온라인상을 강타했다. 양쪽 다 부인한 '해프닝'이었다.
오동민은 "소민이는 난감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웃었다. 서로 웃고 넘겼고, 다른 세상인 줄 알았는데 저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서 놀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민이의 인기를 다시 실감할 수 있었다. 관심 가져주시는 것에 감사한다"라고 덧붙였다.
"(종영하면) 시원할 줄 알았는데 막상 끝나니 아쉽고 현장이 그리워요. 두 번 다시는 이런 현장이 없을 것 같아요. 배우들과 합이 잘 맞았고, 연기를 떠나서 인간적으로 좋은 분들이 많았어요. 감독님, 스태프분들도 다 좋았어요. ('출사표'는) 소중한 작품입니다. 연기 생활을 하다 보니 조금씩 더 애정이 가게 되는 작품이 생기더라고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지만, 마음속 바구니에 고이고이 잘 잡아두고 싶은 소중한 작품이 될 것 같아요."
◇ "연기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태도가 어떻게든 묻어난다고 생각"
오동민이 연기하고 처음 돈을 받은 작품은 연극 '나비 햄릿'(Nabis Hamlet)이다. 배우 인생의 출발점이 된 곳인 만큼, 무대가 그에게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오동민은 "항상 마음속에 큰 열망으로 남아 있다. 안 한 지 오래돼서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죽기 전에 꼭 한 번 해 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는 영화 쪽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했다. '그날 밤'이라는 영화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부문에 초청됐고, 그 후로도 '죽지못해 산다', '락아웃', '중고, 폴', '지하의 남자', '백천', '섬', '야근수당', '악당출현', '찔리는 이야기', '구의역 3번 출구' 등 여러 편의 단편영화에 출연했다. '수성못', '너와 극장에서', '타짜: 원 아이드 잭', '아워 바디', '가장 보통의 연애', '기도하는 남자', '킬러스웰 : 아워 스페이스' 등 독립·상업영화 가리지 않았다. 비중은 작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에도 출연했다.
영화와 드라마 현장의 차이가 있는지, 매체 특성에 따라 연기할 때 다르게 하는 게 있는지 묻자 오동민은 "모든 현장이 시간 여유가 많지는 않다. 독립영화는 현장에서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씬이 종종 있는데,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호흡이 빨리 진행되다 보니 현장에서 좀 더 집중해야 하는 씬들이 많다"라고 답했다.
오동민은 과거 인터뷰에서 "좋은 사람이 좋은 연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증명해내고 싶다. 그것이 내 연기자로서의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생각은 지금도 그대로일까. 그는 "지금도 변함없다.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겸손해하고 미안해야 하는 마음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것이 쉽지 않고, 잘 안 되는 나 자신을 보면서 힘에 부칠 때가 많다. 힘들더라도 목표로 삼고 하나의 기준점을 삼고 가려는 노력이라도 있어서 내가 그나마 버티고 있는 거 같다. 연기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태도가 어떻게든 묻어난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너무 잘 알기에 이런 기준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정신 차리고 노력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출사표'를 갓 마친 오동민은 현재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오동민은 "주어진 역할 열심히 하고, 건강 유지하면서 앞으로 새로운 작품을 즐거운 마음으로 임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