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소속 A경위는 지난해 12월경 불법 대포차 유통업자 B씨로부터 소나타를 받았다. 당시 경기북부청 관할 한 경찰서 소속이던 A경위는 B씨 자택 지하 주차장에서 소나타를 수령했다. B씨는 해당 경찰서 관할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B씨가 A경위에게 소나타를 준 배경은 "잘 봐달라"는 의미로 보인다. B씨 업체의 한 직원은 "B씨가 사기 사건이 많이 걸려 있는데, 앞으로 사건을 잘 봐주고 뒤를 잘 봐달라는 의미로 차를 건네줬다"며 "A경위는 소나타를 타고 경찰서로 출퇴근을 했고, B씨 직원이 직접 경찰서로 가 소나타 트렁크에 선물 세트도 여러번 넣어줬다"고 밝혔다.
앞서 B씨는 2015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경위 이모씨에게 수입차 '레인지로버'를 뇌물로 준 혐의로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씨는 '대포차' 수사 담당 부서 소속으로 뇌물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았다. B씨는 집행유예 기간 중 사회봉사에 불응하고, 폭행사건 등을 저지르는 바람에 올해 6월 집행유예가 취소되고 수감된 상태다.
A경위 역시 '비슷한 사례'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A경위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B씨를 알지만 소나타를 받은 적은 없다"며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차를 받느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영상 등에는 A경위가 B씨의 전달책으로부터 소나타를 전달 받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전달책은 A경위에게 차량을 제대로 전달했다는 사실을 B씨에게 알리기 위해 이 동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A경위는 해당 경찰서에서 사기 사건 등을 담당하는 부서에 있다가 올해 초 경기북부청으로 인사 이동한 상태다.
B씨는 명목상 렌트카 업체를 운영하며 실제로는 불법 대포차 유통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 피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B씨는 "명의만 빌려주면 차를 리스로 뽑고 리스비는 대납해주겠다. 리스차는 렌트로 돌려 수익을 나눠주겠다"며 고객을 끌어들였다. 이후 해당 명의로 뽑은 차를 대포차로 세탁해 중고차 업자에게 팔아넘기고 수익을 챙겼다.
차를 이용하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리스비를 떠안은 피해자들은 B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은 B씨 거주지 관할이자 A경위가 속했던 경찰서로 이첩됐는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한 피해자는 "B씨가 '경찰에 돈을 먹인 것이 얼만데 내가 문제가 될 것 같냐'며 오히려 큰 소리를 쳤다"며 "사건은 결국 불기소 처분이 됐다"고 주장했다. B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피해자들은 100여명으로 추산된다.
B씨가 자신에게 제기되는 사기 사건을 방어하기 위해 차를 전달했다는 의혹이 짙어지는 이유다. B씨 사건을 수사한 해당 경찰서 관계자는 통화에서 "검찰 지휘를 받아 수사를 했을 뿐"이라며 "늘 사건 피해자들은 그렇게 주장하곤 한다"라고 해명했다.
B씨는 불법 대포차 유통 외에도 사설 FX 마진거래 업체를 운영하고, 사설 대여계좌를 통한 해외선물 투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등 여러 불법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B씨가 차를 전달한 이는 현직 경찰 뿐만 아니라 '전직 경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B씨는 지난 2018년 8월경 전직 경찰 C씨에게 '제네시스 G90'을 집으로 배달해줬다.
C씨는 경기북부청 관할 경찰서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5년 퇴직했다. 절도범을 수차례 잡아 방송에도 자주 등장했던 형사였다. 퇴임 당시 경위로 강력팀장을 지내기도 했다.
C씨는 퇴직 이후에도 B씨 일당으로부터 '수사과장'으로 불린 것으로 파악된다. B씨는 부하 직원과 나눈 통화에서 "OO경찰서 그 형님, 만났잖아. 수사과장. 좀 챙겨주라고 니네가". "너무 오래 끄니까", "그분한테 300 줬다고" 등이라고 언급했다. B씨 직원은 "C씨가 B씨 사건 뒤를 봐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씨는 "B씨를 알지만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G90도 출장 때문에 하루 무료로 빌려탔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