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대표의 민주당 내 영향력과 마지막 기자간담회 메시지 등을 고려할 때 1년 반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에서 이른바 '킹메이커'로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이미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열린 당대표 퇴임 기자회견에서 향후 대선에서의 역할론과 관련한 질문에 "앞으로 민주당의 누가 좌장이다 이런 개념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시스템으로 움직여 나가는 것"이라며 "저는 현역에서 은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많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지난 2년 간 당대표로 재임하면서 공을 들였던 시스템 공천, 전당원 투표를 통한 경선 룰 조기 확정 등이 그간 정당 내 폐해로 지적됐던 이른바 '제왕적 당대표'의 단점을 보완했고, 앞으로도 보완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묻어났다.
그러나 지역구와 비례대표 등 300명의 국회의원을 한꺼번에 뽑는 총선거나 전국 지자체장을 동시에 선출하는 지방선거와 달리, 대선은 당의 역량을 총동원 해 한 명의 당내 후보를 선출한 후 상대당 후보와 진검승부를 펼치는 일인 만큼 잘 갖춰진 시스템만으로 대응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언제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수 있고, 터져 나오는 현안 이슈에 대응하려면 풍부한 경험과 상당한 그립력을 가진 리더십이 있어야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국무총리 재임 시절부터 1년 이상 차기 대권 잠룡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던 이낙연 의원과 코로나19 대응 국면에서 지지율을 부쩍 끌어올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당내 대선 레이스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 본인조차 지금의 구도가 언제 바뀔지 알 수 없다며 새로운 상황과 새로운 인물이 나오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치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서 많은 새로운 변수가 생긴다"며 "현재 거명되는 분들이 여러 분 있는데 늘 항상 그렇게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1년 반쯤 남았기 때문에 그 동안 여러 차례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여야 모두 마찬가지"라며 "다가오는 파도타기라는 생각을 가지고 (대선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출마가 확실시 되는 이낙연 의원이 29일 열릴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당대표가 되더라도 6개월여가 지나면 당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신임 지도부가 들어서기 까지 한동안 권력 공백이 불가피하다.
한 민주당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새 지도부가 들어서더라도 한 동안은 정기국회와 코로나19 대응 등 현안 때문에 대선 이슈 아젠다 세팅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된 후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다면 당 안정화에 막후에 있는 선배들의 도움이 필요할 텐데, 이런 이유들로 인해 이 대표에게 도움을 구하는 일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역할론에 대한 기대감은 민주당 바깥의 범여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친문(친문재인)에 앞서 친노(친노무현)계의 좌장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이 대표인 만큼 대선에서의 활약 여부에 따라 민주당 밖 범여권 표를 가져오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범여권 관계자는 "친문이 아닌 친노 지지층은 이 대표의 향후 행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민주당이 대선 국면에서 범진보 후보와의 단일화 등 맞이하게 될 다양한 변수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