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는 이날 NHK를 통해 생중계된 회견에서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12년 12월 이후 7년 8개월간 이어진 '아베 일강'이라는 아베 독주 정치 체제가 막을 내리게 됐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이달 상순에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재발한 것을 설명한 뒤 "국민의 위임을 자신을 갖고 응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게 된 이상, 총리 대신의 지위에 계속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총리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월 상순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된 것을 확인했다면서 질병과 치료로 체력이 완전하지 못한 고통 속에서 중대한 정치적 판단을 잘못해서 결과를 내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1차 집권 때인 2007년 9월에도 궤양성 대장염을 이유로 중도 사임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사임하는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 총리가 임명될 때까지 최후까지 확실히 책임을 다하겠다"면서 후임 자민당 총재에 대해서는 "내가 말할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독주체제속에서 특정비밀보호법과 집단자위권 법제화 등 여론이 반대하는 정책도 의석수의 우위를 앞세워 밀어 붙여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에 관한 여론의 비판이 고조해 지지율이 재집권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하는 등 아베 총리의 정치적 구심력도 약해진 상태였다.
아베 총리는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도록 안보법제를 변경했고 개헌을 필생의 과업으로 꼽았으나 결국 건강과 여론의 벽에 부딪쳐 끝내 실현하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또한 '아베 노믹스'라는 일본 엔화 약세 정책으로 디플레이션 탈출을 시도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성장률은 전후 최악을 기록했다.
이에따라 일본 언론에서는 아베 총리의 재임기간을 '아베 노믹스'에서 '아베 마스크'까지라고 비꼬며 어느것 하나 내세울 치적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그는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해 국제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한국 법원의 징용 판결에 반발하는 등 역사 문제에 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따라서 아베 총리가 사임하고 새로운 총리가 취임하면 한일 양국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후임 총리로는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과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고노 다로 방위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자민당 간부에게 신속히 후임 총재를 결정할 것을 지시했다고 교도통신은 보도한 바 있다.
의원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은 다수당 총재가 중의원 투표로 결정되는 총리도 맡게 된다. 자민당은 현재 중의원의 과반을 점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새로 선출되는 자민당 총재가 중의원에서 새 총리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아베 후보로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고노 다로 방위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