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자의 쏘왓]공매도 금지 연장, 6개월 후는 어떻게?

금융위, 당초 계획보다 빨리 결정…코로나19 재확산+개미들 반발이 배경
공매도 비중, 개미들은 1% 남짓…"하기도 힘들고 피해는 크고"
주가 버블 방지는 공매도 순기능, 글로벌 스탠다드도 무시 못해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개미 접근성제고 등은 6개월 간 숙제

지난 3월 국내 증시가 폭락하면서 내려졌던 조치인 공매도 금지가 6개월 연장됐습니다. 당초 다음 달 15일 공매도 금지 조치가 종료되기로 했는데요. 어제 (27일) 금융위원회의 결정으로 9월 16일부터 바로 내년 3월 15일까지 이어지니까 모든 상장종목에 대해 공매도가 금지되는 현재 조치는 내년 3월까지 쭉 이어집니다.


일단, 정부가 개인 투자자들, 이른바 개미들의 입장을 수용했기 때문에 개미들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6개월 이후는 어떻게 될까요. 벌써부터 개미들을 포함한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주판알을 튕기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앞다퉈 관련 법안을 냈고요. 6개월 동안 공매도와 관련해 어떤 것들이 논의되어야 하는지 알아봤습니다.

1. 공매도 금지 6개월 연장 결정, 당초 계획보다도 빨리…왜?

금융위원회는 임시금융위원회를 열고 공매도 금지 6개월 연장을 의결했습니다. 보통은 금융위 정례회의를 열어 이같은 의결 사안을 결정하는데요.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결정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자, 임시 회의를 열어서 급박하게 결정한 겁니다. 원래 금융위의 계획은 다음 달 15일 공매도 금지 조치가 종료되니까,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더 가진 뒤 종료 일주일 전쯤 발표할 계획이었습니다.

금융위가 이처럼 빨리 공매도 금지 연장 발표를 한 이유는 표면적으론 코로나19의 재확산입니다. 지난 3월 공매도 금지 연장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죠. 3월 10일 우선적으로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제도를 대폭 강화했지만, 주가는 10%씩 하락하는 등 시장의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폭락장이 연일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매도 거래 규모는 하루 1조원 이상으로 급증했고요. 정부는 결국 3월 13일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습니다.

6개월 전과 유사한점은 코로나19가 재확산 돼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는 부분이고요. 코스피 지수가 전고점을 돌파하며 유례없는 상승세에 있다는 점은 다른 부분입니다. 이 상승세를 이끈 건 '동학개미'라고 불릴만큼 주식시장에 몰려든 개인 투자자의 힘이 컸고요. 그러다보니 시장에선 개미들의 공매도 재개에 대한 강력 반발이 공매도 금지 연장의 주요한 원인이 됐을 거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미들을 의식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그 화력을 더했고요.

(그래픽=연합뉴스)
2. 공매도가 뭐길래…개미들이 싫어하나?

공매도는 한자 풀이 그대로, 빌 공(空) 팔 매(賣). 없는 주가를 빌려서 파는 투자 기법을 말합니다. 주가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사서 갚아 시세 차익을 얻는 방법입니다.

이를테면, 어느 날 A씨가 00산업 주가를 보니 너무 높아서 언젠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습니다. 돈은 없지만 자신의 감을 믿고 A씨는 1주당 1만원인 00산업 100주를 빌려서 팔았죠. 그래서 100만원이 생겼습니다. 3일 뒤 A씨의 예상이 적중해 00산업이 1천원이 됐습니다. A씨가 00산업 100주를 10만원에 사서 빌린 주식을 갚았습니다. A씨는 100만원에 팔아 10만원을 들여 주식을 갚았으니까, 90만원의 시세 차익을 가질 수 있게 됐죠.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게 인버스랑 비슷하니까 개인 투자자도 할 수 있냐고요? 그렇지가 않다는 게 개미들의 불만입니다. 외국인, 기관은 증권사 뿐 아니라 여러 기관에서 주식을 빌릴 수 있지만 개인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주식을 빌리려면 주식이 가장 많은 곳에 가야겠죠? 국민연금이 가장 많은 주식을 들고 있는데 개미가 주식을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줄까요? 자본이 많은 외국인이나 기관이야 "음 갚을 수 있겠네" 하고 빌려주겠지만 개인은 택도 없습니다. 거기다 외국인과 기관은 주식 갚아야 하는 날도 넉넉하지만 개인은 훨씬 기간이 짧습니다.

거기다 공매도는 주식이 하락할 때 수익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수록 이득입니다. 공매도 세력은 주가가 하락하길 바라죠. 주가가 하락할 때 공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추가적으로 하락시키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렇게 갑작스럽게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주가는 뚜렷한 악재 없이도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개미들이 공매도에 분노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3. 공매도 금지 이후 주가 상승, 그럼 폐지해야하냐고요?

공매도 금지가 최근 국내 증시 급등의 주요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지난 3월 16일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각각 34.4%, 57.8% 상승했습니다. 박은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상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2·4분기 실적이 시장예상치를 웃돌았고 금융위원회가 공매도를 금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6월 신한금융투자 보고서는 2008년과 2011년 공매도 금지 조치 때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이 9% 정도 상승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공매도 금지만으로 지수를 9%가량 더 올렸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공매도를 폐지해야 하냐고요? 주가 하락을 더 부추길 수는 있지만 이를 넘어서는 순기능도 만만치 않습니다. 기업의 재무제표가 투명하지 않거나 사업상 악재가 예상될 때 공매도 투자자가 주가 하락에 베팅하면서 악재를 시장에 알려 주가 버블을 막아주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회계장부 조작으로 망한 미국의 엔론인데요. 공매도 투자자 짐 차노스는 2000년 11월 엔론의 회계부정을 의심해 공매도를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회계 조작이 드러나면서 결국 회사가 문을 닫았습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대부분의 나라가 공매도의 순기능을 인정해서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전면 폐지를 하기엔 부담스러운 점입니다. 고은아 크레딧스위스증권 상무는 "외국계 투자회사들은 공매도 금지 이후 헤지 전략이 부재한 한국 시장을 꺼리고 있다"면서 "일부 자금은 투자 제약이 덜한 다른 시장으로 이동하는 추세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장기화한다면 그런 경향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습니다.

4. 6개월 후는 어떻게 될까?

일단 개미들의 손을 들어줘 공매도 금지가 6개월 연장됐지만, 6개월이란 기간 동안 해결해야 할 숙제는 더 많아졌습니다.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연장을 발표하면서 이 기간 동안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개인 투자자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6개월 후 공매도 금지를 또 한 번 연장할 지, 아니면 다른 식의 제도를 도입할 지 또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겠죠.

전문가들은 6개월 이후 공매도가 전면 폐지되는 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6개월 전 공매도를 금지할 때는 주가가 급락하던 시기에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로, 일시적으로 금지할 명분이 있었지만 이미 현재는 전고점이 돌파해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주가 과열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시점이고요. 이번에야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고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워낙 커 여론을 감안해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한시적으로 이어갔지만, 전면 폐지로 이어지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개인 투자자를 대표하는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도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 다 하는 공매도를 무조건 폐지하자는 건 아니"라면서 "잘못된 환경, 잘못된 제도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이 계속적으로 손해를 보는 구도라면 공매도 폐지가 답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는게 선행되지 않으면 폐지가 답이라는 거죠. 가장 먼저 해야할 것으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입법을 꼽았습니다. 불법 공매도로 10억원을 벌고 재수 없게 걸려도 최대 1억원 과태료만 내는 맹점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겁니다.

개인에게도 공매도 접근성을 열어준 일본식 공매도 제도도 적극 검토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서울대에서 이와 관련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고요.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일본은 중앙 집중 방식으로 일본 증권 금융회사가 책임지고 개인에게 주식을 빌려주기 때문에 개인이 원할 때 언제든 주식을 빌려서 공매도를 칠 수 있다"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공매도에 대한 불만 가운데 하나가 형평성인데, 일본처럼 개인 투자자에게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입법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여당에서 관심이 뜨거운데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무차입 공매도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고, 홍성국 의원과 박용진 의원도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해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 했습니다. 이제 막 법안을 발의한 단계이니 앞으로 논의는 첩첩산중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개인 투자자의 주식 투자가 활발한 이때, 이번만큼은 빠르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논의를 전개한다면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짧지만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 불법 공매도 세력의 놀이터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겠다는 정치권의 출사표가 이번만큼은 제대로 지켜지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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