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토론회까지 이어진 '2차 재난지원금' 설전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후보는 27일 밤 MBC '100분토론'이 주최한 방송토론회에서 격돌했다.
자가격리 중인 이 후보의 상황과 최근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온라인 화상 방식으로 진행된 탓에 다소 낯선 환경에 놓인 세 후보였지만 이견이 있는 영역에서는 집요하게 상대 후보의 견해를 확인하는 진지함을 이어갔다.
후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키워드 토론에서 두 차례나 관련 주제로 꼽힌 2차 재난지원금이었다.
전남도지사와 국무총리 시절 여러 위기에 대한 극복 경험을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 후보는 자신의 키워드로 '팬데믹'을 선정했다.
이 후보는 MBC 100분토론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가 자신의 견해와 다르게 나타났음에도 기존처럼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5~26일 이틀동안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 지급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4.6%가 전국민 지급을 선택한 반면 33.3% 만이 취약계층 중심의 선별지급을 선택했다.
이 후보는 "여론조사 때 질문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조금 상이한 결과도 있더라"며 "예를 들어 '지금은 가용재원이 남아있지 않아서 전액 빚을 내서 재난지원금을 드리게 된다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라고 물으면 그렇게 까지는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해 이번 조사결과대로만 여론을 바라볼 상황은 아니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어 전국민 지급 방식을 주장하고 있는 김 후보를 향해 "일단 전국민께 드리고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연말에 세금으로 환수하거나 정산하자는 말씀을 하셨다"며 "그렇다면 고소득층을 빼고 드리자는 것(선별적 지급)과 나중에 환수하자는 것이 결국 마찬가지가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는 "우선 집행의 시급성 문제가 있다"며 "통계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처럼 광범위한 국민들이 코로나 역병의 피해를 입고 있을 때는 국민 모두가 함께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1차 때는 소득이 높은 친구들도 '세금을 걷어가기만 했지 나한테 돈을 준다니 신기하더라'며 신청을 했다고 한다"며 "그러나 2차부터는 (고소득층의 지원금을) 고용지원금이나 고용보험금으로 내는 등의 방식으로 사회적 연대를 실천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 후보는 "1차 때도 법까지 개정해서 기부를 장려했지만 기부 비율이 1%도 안 됐다"며 "모두 드리고 나중에 환수받느냐, 아니면 어려운 분들부터 도와드리느냐는 그렇게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김 후보식 전국민 지급이 자신의 선별 지급과 차이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 후보는 이어진 키워드 토론에서 주도권을 갖게 되자, 자신의 키워드가 '지지율'이었음에도 지지율과 관련해 코로나19가 중요한 부분이라며 계속해서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질문을 이 후보에게 이어갔다.
김 후보는 "1차 때도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을 먼저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도입하려다가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서 전국민으로 결정한 상황을 민주당 국난극복위원장으로 다 아시지 않느냐"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가 되면 경제 자체가 어려워질 텐데 왜 선별적으로 먼저 주자고 하시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수해를 입으신 분들께 복구지원금을 드리는 것처럼 코로나 대유행도 그 재난의 크기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며 "그게 복지국가 이념에도 맞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재정건전성을 얘기하면서 국가채무비율이 일정 비율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 전세계적으로 무의미해지고 있다"며 "단순하게 국가채무액이 늘어나는 것을 재정 정책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그런 재정정책을 썼을 때와 안 썼을 때의 효과를 비교해야 한다"고 말해 전국민 지급이 옳다고 강조했다.
◇지역균형발전·코로나방역 등은 기존입장 재확인
자신의 키워드로 행정수도 이전을 꼽은 박 후보는 김 후보를 향해 "영남에서의 300만표 확보를 대선 승리전략으로 말씀하셨는데 국토 전체의 균형발전과는 자칫 상충될 우려가 있다"고 질문했다.
이에 김 후보는 "박 후보와 같이 행정수도 이전은 서울은 미국의 뉴욕, 행정수도는 워싱턴D.C.와 같은 기능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지역에 좋은 일자리와 문화시설이 있으면 서울로 올라오지 않을 것인 만큼 현재 행정단위를 넘어서는 광역단위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접근해보겠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행정기능을 세종으로 옮겨도 수도는 역시 서울"이라며 "수도는 서울답게 쾌적하고, 경제와 문화 중심도시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위기 극복을 가장 큰 출마의 이유라고 하셨는데, 이 위기가 코로나19 위기인지, 코로나로 인한 경제극복의 위기인지, 심지어는 그 이후의 전환시대의 길을 찾지 못하는 데 대한 위기인지 말씀해 달라"고 물었다.
이 후보는 "코로나와 경제가 분리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역을 강화하면 경제·사회가 위축되고, 그러자고 방역을 느슨하게 하면 코로나가 더 창궐해 경제·사회에 더 해악이 된다"며 "제 고향의 지사를 하면서 2015년 메르스사태를 경험했고, 총리를 하면서는 대통령을 모시고 다양한 국가적 재난과 위기에 대응한 경험이 있어, 제 경험을 살리면 그 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께서 개신교 지도자들을 모시고 대화를 하셨다"며 "종교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예배는 제한될 수 있다고 하셨는데 박 후보의 법률가로서의 생각은 어떠냐"고 질문했다.
박 후보는 "신앙의 자유에 대해서는 제한할 수 없지만 신앙에 따라서 행동할 자유에 대해서는 공공의 안전과 질서유지 등을 위해서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입장"이라며 "현재와 같은 감염병 확산의 상황에서 예배라는 신앙생활을 위한 행동에 대해서는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제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현미 경질론엔 입모아 "안 돼"…화상 연결 탓에 토론 끊기기도
세 후보는 사회자가 "난감해할 질문"이라며 말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많이 쌓여있다는 것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라고 꼽히는데 정책 실패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입을 모아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김 후보는 "부동산 3법을 통과시킬 때 강력한 우리들의 의지를 국회에서 보였다. 전월세 보호 등 곧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며 "이 정책이 새로운 단계에 갔을 때는 새 인물에게 맡길 수 있지만 전쟁 도중에 장수를 바꿀 수는 없다"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경질에 반대했다.
박 후보도 "누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부동산 정책의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정책은 유지, 지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장관 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임대차 정책은 워낙 큰 변화라 부분적인 고통이 따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임차인들의 거주권, 주거권 보호라는 새로운 환경이 정착될 것"이라며 "공급확대와 균형발전이 동시에 강력히 추진되면 부동산 안정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보별로 각기 다른 통신환경 탓에 화상연결 상태가 고르지 못해 발언이 정확하게 들리지 않거나, 아예 소리가 나오지 않는 등의 에피소드도 발생했다.
이에 김 후보와 박 후보는 토론회 중간에 영상은 영상대로 전송하고, 음성은 별도의 전화를 통해 전달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박 후보는 "국민과 소통하는 강한 당"을 위해, 김 후보는 "취약 지역 확장성을 통한 대선 승리"를 위해, 이 후보는 "다양한 경험을 살린 위기 극복"을 위해 각자 자신이 당대표가 돼야 한다는 지지호소로 토론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