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이가 생겨 결혼식을 앞당기기로 하고 상사에게 사실을 말씀드렸더니,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임신을 하느냐', '아이 낳으면 다 그만두게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상사는 일부러 계획하고 입사한 것 아니냐고 물었고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렸는데도, '정부에서 주는 혜택을 다 받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냐'며 하루에도 몇 번씩 비난했습니다. 맡겨진 일을 열심히 했는데, 임신했다는 이유로 저를 부정하게 나랏돈 받아먹는 사람으로 만들고, 동료들에게 민폐 끼치는 직원으로 몰아세웠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2020년 4월, 직장인 B씨)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민국 직장여성이라면 결혼에서 시작해 임신·출산·육아의 4단계를 무사히 통과하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을 경험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직장에서 결혼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순간부터 무시·모욕·따돌림·불이익·사직강요의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성침해갑질'이라는 긴 터널에서 가시에 찔리고 돌부리에 채이고 쓰러져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며 "갑질은 가까이 있고, '모성보호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남녀고용평등법)은 저 멀리 있다. 불법을 바로잡아야 하는 정부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렇게 첫째를 낳고 나면 둘째 낳을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한다.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출산율 0명대 국가'인 이유"라고 강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는 그 전해보다 7.4% 줄어든 30만2700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다.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전년 대비 0.06명 줄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법에서 보장하는 대로 육아휴직을 신청했더니, 직장 상사가 대놓고 불이익을 언급한 경우도 있었다.
C씨가 가정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육아휴직을 간청 드렸더니 부서장은 "복직 이후는 달라질 것"이라고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결국 C씨가 결재를 올리니 부서장은 크게 화를 내며 "법대로 해라, 절대 결재 못 해준다"고 소리쳤다.
직장갑질119는 "'모성보호법'에 따라 아이를 낳고 기르는 직장인에겐 출산전후휴가, 육아휴직, 가족돌봄휴직 등 8대 권리가 존재한다"면서 "그러나 대한민국 사장님들은 이런 법들이 안중에도 없다. 육아휴직 사용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의 신하나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임신·출산·육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원인으로 불이익을 주는 현실은 참으로 모순적"이라며 "여성노동자들이 임신·출산·육아를 이유로 갑질을 당하지 않고 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고, 근로감독 등을 통한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