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의 절벽에 선 이들을 핀셋 지원해 '구제'하느냐, 이번에는 소고기를 사 먹을 정도는 아니겠지만 경제 살리기를 위한 '소비 진작'에 초점을 맞추느냐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미래통합당 경제통 윤희숙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페이스북에서 맞붙은 논쟁이다.
◇윤희숙 "거리두기인데…개인에 현금 뿌려봐야"
윤 의원은 재난지원금의 목적을 선별 지원에 따른 '구제'에 맞추자고 한다. 방역과 거리두기가 중요한 시점에 전 국민 지급을 통한 '경기부양'이 어렵다는 이유도 든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당대표 후보가 26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막상 돈을 줘서 소비하러 많이 다니면 코로나는 어떻게 될까"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윤 의원 주장은 미국의 재난지원금 재정승수가 10% 정도에 머물 수 있다는 최근 연구도 근거로 든다. 이재명 지사가 밝힌 금액을 예로 들어 정부가 전 국민에게 30만원씩 준다고 치면, 3만원만 나가서 쓰고 나머지는 원래 지출을 대체하는 데 사용될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재명 지사도 이런 부분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3개월 안에 동네 상권에서 쓰도록 지역화폐로 주는 방식을 제안했었다. 저축을 못하게 해서 소비에 다 사용하게 하자는 취지.
1차 재난지원금에서 경제 정책으로서 성격과 효과가 입증됐다고 이 지사는 본다. 통계청의 2분기 가계소득동향을 보면 1분기 소비는 6% 감소했지만 2분기는 2.7% 증가로 전환됐다는 게 근거다. (물론 여기에는 코로나19 확산·진정세도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지금의 경제위기는 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수요부족으로 인한 것입니다. 따라서 수요역량 강화에 집중하여 수요확대로 경제를 선순환시키는 데 중점을 둬야 합니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어려운 사람을 '구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경제' 정책인 이유입니다."
'소멸하는 지역화폐'가 확실한 소비로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쓰던 생활비 항목을 이로 대체할 뿐, '소고기 사 먹는 재난지원금'의 소득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예상도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1차 재난지원금의 정책 성과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 "1차 재난지원금의 정책 성과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홍남기 부총리 "14조원 정도를 지원했는데요.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정책 결과는 있었다고 봅니다. 다만, 실질적으로 소비로 이어진다거나 하는 정책 효과는 내부적으로 추정컨대 '3분의 1'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소위 공돈이 생겨서 소고기를 사 먹는 식의 계획적이지도 않고 통상적이지도 않은 소비가 있지만, 매달 필수적으로 사는 식재료나 생필품을 사는 데 썼다면 대체효과에 불과한 셈이다.
◇'선별 지급'의 선량한 논리의 이면에는 속셈이 있다?
'선별 지급' 주장은 저울의 한쪽, 즉 형편이 더 나은 이들의 양보를 설득하며 우리 사회가 서로 연대하자는 호소와 맞닿았지만, 이런 '선량한 논리'의 이면에는 분열과 배신의 속셈이 숨어있다는 반박도 맞선다.
윤희숙 의원은 "'우리 회사는 이번 주 재택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의 양보를 권유했다. "생계와 일자리에 직격탄을 맞은 이들과 똑같이 생계지원금을 필요로 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재난지원금 이슈는 어떤 의미에서 진정한 보편복지가 무엇인지, 사회적 연대가 무엇인지를 상기시킵니다. 모든 이들이 이 국난을 치명적인 타격 없이 이겨내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재원을 집중하는 것이 진정한 보편복지입니다."
이재명 지사는 이런 주장에 의문을 단다. "진실로 부자를 희생(지원 제외)시키면서 다수 서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려는 것일까요?"라는 물음이다.
선별지원은 재원 조달이 어렵다는 게 이 지사의 주장이다. 고소득·고자산가의 조세 저항→재원확보 어려움→지출확대 불가능으로 이어져 부자의 부담과 서민의 혜택을 '동결'시킨다는 설명이다.
"선별지원 주장은 겉으로는 서민을 위하는 것 같지만 본질적 장기적 측면에서는 서민복지를 고정시켜 부자의 부담증가를 막는 교묘한 전략으로 미래통합당의 기본전략입니다. 학교급식이 그랬고, 아동수당이 그랬고 기초연금이 그랬습니다."
당장은 서민 구제책으로 보이지만, '나는 혜택도 못보는 데 왜 자꾸 세금만 내느냐'는 부자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복지 총량을 늘리는 데 한계에 봉착할 거라는 주장이다.
이 지사는 선별 지원은 차별이라며, 소득하위 기준 등을 설정해 판단하는 데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든다고 본다. 결국 전원 지급으로 선회한 아동수당이 그 예다.
이 지사는 "우리나라는 겨우 국가부채 비율이 40% 조금 넘는 수준인데 지금 15조원 해 봐야 0.8%도 안된다"며 적극적인 재정운영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