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어머니, 조국이 정의롭지 못할 때
1차 세계대전 직전 팔레스타인 땅은 90%는 아랍계, 10%는 유대인 계가 점하고 있었다. 1차 세계대전에서 유대인들이 연합국을 지원하며 조직력과 전투력을 갖추게 되고 (미국 남북 전쟁에서 흑인들이 노예해방을 위해 북군 편에서 흑인부대를 결성하는 과정과 흡사)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이주를 시작한다.
그렇게 아슈케나지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이주가 시작되다 유대인이 연합국을 적극 지원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에 팔레스타인 영토는 아랍이 87.5%, 유대계 12.5%로 유대인이 소폭 증가한다. 그런데 1947년 11월 유엔총회의 팔레스타인 땅 나누기 분할안은 유대계의 로비와 강대국의 계책에 의해 아랍계 42.88%, 유대계 56.47%, 국제관리 0.65%로 완전 역전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아랍이 충격으로 멍한 상태에서 이스라엘이 기습적으로 56.47%의 영토를 확보한 독립국가를 선언하고 중동 전쟁이 발발하는 건 당연. 1차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이기자 팔레스타인 영토는 이스라엘 78%, 아랍계는 두 덩어리로 나뉘어 22%. 하나는 요르단 강 웨스트 뱅크, 또 하나가 이집트 쪽의 손톱만한 가자지구이다.
3차 중동 전쟁까지 이스라엘이 승리를 거둔 뒤로는 100%가 이스라엘 손에 떨어졌다. 이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저항운동과 무장 투쟁을 거쳐 가자 지구만 되돌려 받은 상태. (요르단강 웨스트 뱅크는 물 자원 확보와 종교적 성지, 전략적 차원에서 이스라엘이 내주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분쟁의 근본적인 해결은 결국 영토의 분할이 1947년의 6대 4나 7 대 3비율 정도로 팔레스타인에 돌아가고 이스라엘과 아랍국들이 평화협정에 의해 양측 강경파의 전쟁과 무장항쟁 강행을 종식시키는 게 기본 틀이 되어야 한다. 현재의 가지지구 격리수용은 사실상 히틀러의 유대인 게토 수용과 전혀 다르지 않다.
현재 팔레스타인을 둘러 싼 각국의 입장을 살펴보자.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가지지구를 없애버리고 싶어 한다. ''적 敵의 본거지가 가자지구인데 거기 사는 적 敵들에게 일자리와 생필품, 식수를 공급해 주며 먹여 살리자니 짜증난다''는 게 그 이유. 그냥 확 밀어버리거나 담벼락 출입구를 막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에 얼씬도 못하게 했으면 하는 것이 속으로 원하는 바이다.
평화적 해결을 원하는 이스라엘 좌파 야당 세력도 있지만 하마스가 로켓포로 이스라엘 주민들을 공격하면서 명분을 상실해 현재로는 아무 힘도 못 쓰는 상태. 만약 이스라엘이 가자 국경을 완전 폐쇄하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다 죽을 때까지 싸우거나 이집트 국경을 넘어 가 얻어먹고 살아야 한다.
<이집트>
막노동 일자리라도 찾고 생필품 사러 오는 팔레스타인 사람을 막지는 않겠지만 문제는 하마스, 헤즈볼라 등의 무장 투쟁 세력이다. 국경을 열었다간 이들 세력에 휘말려 봉변을 치르기 십상이다. 더구나 이집트는 미국과 가까운 사이. 그리고 하마스, 헤즈볼라는 뒷배경이 이란이니 이집트가 적극 나설 처지가 아니다.
<이란>
이란은 아랍국이 똘똘 뭉쳐 이스라엘에 정치적 경제적 압박을 가하자고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촉구는 해도 행동으로는 안 나선다. 자칫 이란이 적극 개입하면 가자지구 사태는 중동전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 어렵다. 이번 이스라엘 압박 촉구 선언도 주변국들의 눈총에 의해 억지로 한 듯한 느낌.
<미국>
거대한 석유채굴권과 유전, 전쟁무기 판매로 워낙 투자 수익률이 높고, 중동 분쟁 중재자로서 얻는 국제적인 지위와 부수입도 막대해 중동분쟁을 즐긴다고나 해야 할까. 그럴러면 중동 분쟁이 끝나면 곤란하다는 게 미국 입장이다. 그러나 하마스 테러는 신경 쓰이고 골치만 아프고 장사는 안 된다. 이스라엘이 신속히 없애버리길 바라며 중재도 안 하고 무조건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다.
오바마 이후 변화가 기대를 주고 있고 이스라엘이 서두르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글쎄…. 미국은 9.11 테리 이후에 ''우리가 이렇게 처참하게 당했는데 우리를 안돕는 국가는 다 테러주의자 편이라고 보겠다''며 아랍국가들을 거의 손 안에 두고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를 침공했다. 가자지구 사태에 아랍국들이 꿀 먹은 벙어리로 있는 것은 그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1967년 제 3차 중동전쟁(흔히 6일 전쟁이라 부른다) 전까지는 이스라엘에 큰 관심을 쏟지 않았다. 국가안보위원회나 CIA 등이 이스라엘을 전진기지로 삼아 중동 지역을 지배해야 한다고 할 때 정치권과 지식인 사회는 반신반의했다. 어차피 영국이 관리하는 나라로 치부해 왔고 이스라엘이 그리 대단하랴 했던 것. 그런데 1967년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큰 승리를 거두고 시리아 골란고원까지 집어 삼키자 대박감임을 실감하고 갑자기 베스트프렌드인 척하며 달려들었던 것.
◈ 그대에게 묻는다, 정의를 어머니만큼 사랑하느냐
그럼 한국은 도대체 뭐냐? 무조건 이스라엘을 위해서 기도하는 사람들도 많고 이스라엘의 침공에 울분을 터뜨리는 사람도 많고 유엔에 가서는 사무총장이 자국인임에도 팔레스타인 평화 결의안에 기권하고 오는 나라. 도대체 알 수 없는 나라.
이스라엘 지식인들은 흔히 "나는 정의를 사랑하지만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알베르 카뮈)"라는 말로 자신들의 처지를 자위해 왔다. 그러나 또 다른 쪽의 이스라엘 지식인들은 묻는다.
"어머니를 앞에 두느냐 정의를 앞에 두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를 어머니만큼 사랑하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줄 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