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크가 참변 직전 주민들의 싸움을 말리고 있었다는 새로운 진술이 나오는가 하면 항의의 물결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어 '제2의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미 CNN에 따르면 블레이크의 변호인인 벤 크럼프는 블레이크가 두 여성간에 벌어진 싸움을 말린 이후 현장을 떠나려다 총에 맞았다고 밝혔다.
현장이 담긴 동영상을 보면 블레이크는 조수석에서 내려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이동했고, 그 순간 백인 경찰 2명이 블레이크의 등 뒤에서 수차례 권총사격을 가했다.
차에 타고 있던 블레이크의 3살, 5살, 8살 세 아들은 고스란이 이 장면을 지켜봤다.
동영상에는 주민으로 추정되는 여성도 등장하는데, 경찰의 총격에 강하게 항의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해 참사 직전의 상황을 묘사한 변호인의 발언을 뒷받침한다.
◇위스콘신, 뉴욕, LA, 샌디에이고 등 전국으로 퍼지는 항의 물결
이번 사건은 미국 경찰 내에서 흑인에 대한 불신과 인종차별 의식이 얼마나 뿌리깊게 박혀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결렬한 항의시위는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카운티에는 전날에 이어 수백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당국이 오후 8시 이후 통행금지령을 내렸지만 분노의 표출을 막지 못했다.
시위대는 커노샤 카운티 법원 인근에서 화염병과 벽돌, 폭죽을 동원해 시위를 벌였다. 석 달전 조지 플로이드 추모시위 때처럼 대형 스피커로 경찰을 비난하는 노래를 틀며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최루탄과 섬광탄, 심지어 헬기까지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다수의 차량과 상점이 불에 타기도 했다.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이날 주요 기간시설과 소방관 등의 보호를 내세우며 이 지역에 주방위군 125명을 투입했다.
항의 물결은 뉴욕시로도 번졌다. NBC방송 등에 따르면 뉴욕시에서는 타임스퀘어에서 수 백명이 운집해 블레이크에 대한 경찰 총격에 항의하며 도시 곳곳으로 가두행진을 벌였다.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 등에서도 수백명의 시위대가 심야에 시청과 경찰청을 향해 가두행진을 벌였다.
특히 샌디에이고에서는 경찰청 밖에서 시위를 벌이던 중 한 남성이 경찰관을 폭행해 체포되기도 했다.
미 대선(11월3일)을 두 달여 앞두고 벌어진 이번 사건은 대선판을 크게 흔들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위스콘신주는 공화,민주 양당의 표심이 경합을 벌이는 전통적인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 해당한다.
과도한 공권력 행사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하면서 부동층의 표심은 선거 막판 크게 영향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나 트럼프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블레이크가 가정 폭력과 성범죄 전력이 있으며 경찰을 공격한 전력이 있다'는 주장을 담은 트윗 글을 리트윗해 불에 기름을 끼얹고 있기도 하다.
한편, 중태에 빠져 병원 중환자실에 이송된 블레이크는 현재 허리 아래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라고 가족이 전했다. 영구적인 마비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블레이크의 삼촌은 CNN에 출연해 주민들에게 평화로운 시위를 요청했다. 그는 "우리는 정의를 원하고 결국 얻을 것"이라며 "지역 전체를 허물지 않으면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레이크의 조부는 시카고 일대에서 유명한 목사이자 인권운동가였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위스콘신주 법무부는 총격을 가한 경찰관 2명이 휴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