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냥 고구마랑 과일이요. 과장님은요?"
"나는 어제 샌드위치 먹어서 오늘은 편도(편의점 도시락) 먹으려고."
10년차 직장인 김 과장(39)은 마스크를 고쳐쓰고 핸드폰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점심시간이지만 거리는 한산했다.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 확진자가 나온 뒤로 사람이 더 줄어든 듯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김 과장의 점심 풍경은 180도로 바뀌었다. 이전에는 팀원 7명이 함께 점심을 먹곤 했지만 이제는 각자 자신의 책상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김 과장은 편의점 도시락을 주로 먹고 후식은 탕비실에 비치된 커피를 애용한다.
"4살, 5살 아이에게 나도 모르는 새 바이러스를 옮길까 두려워요. 주말 부부라 아이를 돌보기도 여의치 않아서 더 조심하는 편입니다."
그는 자신과 같이 도시락으로 '혼밥'하는 직장인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깜깜이 지역 전파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직장인들은 식당을 이용하는 대신 테이크 아웃이나 배달로 점심 한 끼를 해결하는 상황이다.
지난 15일 대규모 집회가 열렸던 광화문의 한 도시락 전문점은 25일 오전 9시 이날 점심 주문을 마감했다.
식당 관계자는 "주문이 몰리면서 10시나 9시 30분이면 점심 주문이 마감된다"며 "만약 배달을 원하는 경우에는 9시 전후로 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으로 몸살을 앓았던 DMC 인근 도시락 전문점도 배달과 포장 주문이 물밀듯 쏟아졌다. 가게 앞에는 포장을 기다리는 직장인들의 줄이 길게 이어지기도 했다.
해당 매장 관계자 역시 "오전 10시 전까지 전화 주문을 해야 도시락을 받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근처 직장인 최모(40)씨는 "도시락을 배달하려고 전화했는데 마감되고 주문도 길게 줄이 서 있어서 결국 김밥을 사 왔다"며 "내일은 출근하자마자 점심 메뉴를 주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혼밥 직장인이 증가하면서 편의점 도시락 매출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이마트24의 지난 16일부터 24일 도시락 매출 증가율은 전월 같은 기간 대비 17.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의 간편식품 매출 역시 도시락 9.9%, 주먹밥 9.4%, 김밥은 8.3% 늘어났다.
편의점 도시락을 자주 이용한다는 2년차 직장인 이모(27)씨는 "도시락 전문점보다 싸서 가성비가 좋고 가까이 있다보니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자주 사 먹는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직장인들 혼밥이 트렌드로 잡아가는 만큼 도시락과 김밥 등 간편식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가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직장인을 위한 한 끼 식사 제품을 다양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