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덕분이라며 챌린지'는 수어 비하"…농인들 인권위 진정

"'존경' 뜻하는 수어 손 모양 뒤집어 희화화…의료계에 청각장애인 소외 만연"

(사진=자료사진)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의대생들이 벌인 '덕분이라며 챌린지'에 사용된 손 모양이 수어 비하라며 청각장애인들이 인권위에 집단으로 진정을 제기했다.

장애인 인권단체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벌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했다. 총 16명의 농인이 진정인으로 참여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료진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존경'을 뜻하는 수어 손 모양으로 '덕분에 챌린지'를 진행해왔는데, 의대생들은 정부의 의료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손 모양을 뒤집어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벌였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단체는 "'덕분이라며 챌린지'는 '존중'을 뜻하는 수어를 뒤집어 희화화한 것"이라며 "수어가 모어(母語)인 농인들에게 불쾌하고 모욕적이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덕분이라며 챌린지' 때문에 모욕감과 상처를 받은 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이 많다"며 "희화화된 해당 손동작이 부정적 의미를 가지게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덕분이라며 챌린지' 뿐만 아니라 의료현장에 청각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만연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각장애인 김여수(28)씨는 수어로 "올해 3월 두 아들이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여 병원에 갔는데, 수어 통역도 없고 마스크를 낀 의사들은 소통 노력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필담으로도 소통이 안 돼 불안감만 커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덕분이라며 챌린지'는 농인에 대한 의료계의 배려 부족에서 생긴 일"이라며 "농인들의 언어를 더는 훼손하지 말고 제대로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의대협 측은 이 같은 비판이 제기되자 이달 22일 "상심했을 농인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성명을 내고 문제가 된 손 모양 사용을 중단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페이스북 계정에는 '더 분해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해당 손 모양을 사용한 게시물이 여전히 게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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