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에서 갈치잡이 어선 선주 김모(69‧여)씨는 외국인 선원들이 배를 항구 접안시설에 줄로 고정하는 모습을 걱정스럽게 지켜봤다. 강력한 태풍 '바비' 북상 소식에 배 주변을 안절부절 서성거렸다.
김씨는 "태풍이 제주도 서쪽 해상을 지난다는데 동쪽으로 지나갈 때보다 바람이 더 세서 걱정이 크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도 바람이 더 불어서 위험하다. 피해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갈치잡이 어선 선장 임형택(62)씨는 "태풍이 온다고 해서 조업도 못 나가고 피항을 왔는데, 어민으로서 이번 태풍이 별다른 피해 없이 잘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번 태풍은 제주도가 '위험반원'인 태풍의 오른편에 들게 되면서 어민들의 걱정이 더 컸다. 특히 한림항은 태풍이 지나는 제주도 서쪽에 위치해 긴장감이 감돌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원도 "배를 줄로 단단히 묶었다. 걱정이 크니깐 작업도 못하고 비상 대기 상태에 있다.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란다"고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주도는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드는 25일 밤부터 비상 2단계 근무에 돌입하며 태풍 대응에 나선다. 이날 밤 태풍 예비특보 발효 즉시 제주지방경찰청, 제주지방해양경찰청 등 관련기관과 함께 비상근무에 들어간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는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배수구와 시설물 등 점검을 벌이고 있다. 또 민간단체와 함께재해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예찰 활동을 하고 있다.
태풍은 25일 오후 9시 서귀포 남서쪽 약 340㎞ 부근 해상에 접근한 뒤 26일 오후 3시 서귀포 서쪽 110㎞ 해상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26일 오후 9시 목포 서남쪽 해상을 지나 27일 오전 황해도에 상륙할 전망이다.
기상청은 제주도 남쪽 먼 바다에 태풍경보를, 제주도 앞바다에는 풍랑주의보를 발령했다. 제주도 산지에는 강풍주의보를 발령했다.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드는 25일 밤부터 27일까지 제주도 전역에는 100~300㎜의 비가 내리겠다. 산지 등 많은 곳은 최대 500㎜의 물 폭탄이 쏟아지겠다.
또 25일 저녁부터 바람도 최대 순간풍속 시속 216㎞(초속 60m)로 강하게 불겠다. 바람에 나무가 뽑히고 배가 뒤집히는 것은 물론 큰 철탑도 휠 정도로 매우 강한 바람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태풍은 비도 많이 오지만 바람도 강하다. 제주 부근을 통과할 때 태풍 강도가 매우 강해질 것으로 예상돼 철저한 태풍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