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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르포]마약 유통 온상이 된 '수상한 외국인 전용 클럽' (계속) |
특히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 수가 급증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마약의 유통과 판매, 투약 등에서 마약사범으로 적발되는 경우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이 투약하는 마약 대부분이 국제우편이나 공항을 통해 들어 오지만 이에 대한 단속과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노동자와 접촉하는 내국인들이 늘면서 함께 마약을 투약하는 사례 역시 늘고 있지만 마약 유통에 대한 단속은 미미한 실정이다.
통역원의 도움 없이는 마약 수사를 진행할 수 없는 현실과 외국인 전담 마약 수사관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 독버섯처럼 번지는 마약의 고리를 끊기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 15일 자정을 앞둔 시각 광주 광산구 신창동의 한 태국인 전용 A 클럽 앞. 철문으로 된 클럽 문은 굳게 닫혀 있지만 빠른 템포의 음악 소리는 문 밖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잠시 뒤 무더위 속에서도 한껏 멋을 부린 젊은 태국인들이 발길이 이어졌다. 클럽 관계자들은 낯선 사람들이 들어올 경우 국적부터 확인했으며 클럽 안에 설치된 CCTV로 연신 바깥 상황을 지켜봤다.
이에 앞서 찾은 광주 서구 치평동의 또 다른 태국인 전용 클럽의 상황도 비슷했다. 닫힌 철문 옆의 벨을 눌러야 문이 열렸으며 태국인이 아니거나 동반하지 않을 경우 입장할 수 없었다.
전남 영암군 삼호읍의 외국인 전용 클럽과 주점들 역시 특정 국가 외국인들만을 대상으로 운영됐다. 지난 14일 밤 영암군 삼호읍 한 주점에서는 6명이나 7명 단위로 자리를 잡은 태국인들이 연신 잔을 비웠다. 흥이 오른 태국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비비며 춤을 추기도 했다.
외국인 전용 클럽과 주점을 찾는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거나 농촌에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이 쉬는 휴일 전날에는 자리가 없어 클럽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영암 삼호읍의 B 클럽 관계자는 "어젯밤에도 자리가 없어 가게 앞에 줄을 서 있을 정도였다"며 "코로나19 여파에도 밤 늦게 모여 오전 늦게까지 놀고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마약 소지자 출입 불가…"클럽 찾는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 마약 투약"
클럽 입구와 실내에는 마약을 소지한 사람은 출입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마약을 소지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출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을 역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해당 클럽을 수차례 방문한 한 20대 여성 태국인의 경우 "클럽을 찾는 태국인 대부분이 마약을 해본 적이 있거나 종종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크게 태국에서부터 마약을 했거나 한국에 들어온 이후 마약을 하게 된 사례로 나뉜다"고 말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클럽과 주점 대부분은 밤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운영했다. 이들 클럽을 찾은 외국인들은 대부분은 서로 이미 아는 사이인 듯 눈인사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았다. A 클럽의 경우 비교적 이른 시간인 자정에만 30여 명의 태국인들이 시끄러운 음악에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춤을 추기도 했다.
술에 취한 이들은 화려하게 돌아가는 조명 아래에서 DJ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했다. 정신 없는 분위기 속에서 친분을 쌓고 암암리에 마약 거래가 이뤄진다는 게 취재진과 동행한 태국인의 설명이다.
이날 클럽에 동행한 30대 태국인은 "태국인들은 이런 클럽에서 친분을 쌓은 뒤 함께 합성마약인 '야바(YABA)'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클럽 안은 시끄러워 주위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라 마약을 주고받기 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충남 천안에서는 외국인 전용 클럽에서 농장 외국인 근로자와 마사지 업소 종사자 등 태국인 13명이 필로폰을 구매해 투약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수천 명의 고려인들이 모여 사는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의 C 클럽.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러시아와 구 소련계 지역 출신 또는 고려인들이다. 이곳은 태국인 전용 클럽과 달리 한국인도 출입할 수 있지만 경찰 등으로 의심을 받기 일쑤다.
C 클럽은 찾은 외국인 노동자 중 일부는 클럽 주변에서 대마를 피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출신 한 20대 여성은 "클럽에서 술을 마신 뒤 밖으로 나와 대마 오일이 섞인 담배나 대마초가 포함된 담배 등을 피운다"며 "향은 담배와 다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담배를 피우는 것 같아 구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클럽 이용객 중에는 클럽에서 물담배 기계를 빌려 집으로 가져가 대마초를 넣어 피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전용 클럽들은 코로나19 관련 집합 금지 명령을 어기고 문을 열고 영업하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실제 지난 7월 중순 광주시 서구의 한 외국인 전용 클럽이 경찰 단속에 적발됐으며 당시 클럽을 찾은 손님 60여 명인 대부분 외국인이었다.
A 클럽의 경우 관할 지자체에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영업하고 있었지만 손님 중 상당수는 흥이 날 경우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곤 했다. SNS에는 외국인 전용 클럽 등에서 촬영한 영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정상적인 일반음식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일반음식점은 주류와 음식은 판매할 수 있지만 사업장 내에서는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불러서는 안 된다. 사업장 내에서 춤을 추려면 단란주점이나 유흥주점으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렸던 지난 2019년 7월 말 광주시 서구 한 클럽 내 복층 구조물이 무너져 외국인 선수를 비롯한 2명이 사망하는 등 3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해당 클럽은 춤을 출 수 있도록 신고가 돼 있었지만 일반음식점이었다.
이처럼 대다수 외국인 전용 클럽과 주점은 일반음식점으로 신고를 하고 실제로는 단란주점이나 유흥주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광주시 등 지자체들은 이들을 분류하고 관리·감독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광주시는 2곳의 외국인 전용 클럽이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CBS 취재 결과 광주에서만 최소 5곳 이상이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에서도 최소 4곳 이상의 외국인 전용 클럽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