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힘빼기냐" 檢 반발에도…법무부 "직제개편 추진" 강행 의지

법무부, 검찰 직제개편안 20일 공개
대검 '수용불가' 의견에도 처리 예고
직접수사 줄이고 형사·공판부 강화
윤석열 참모 축소·폐지 내용은 그대로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한 수사지휘권 수용 여부를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갈등을 빚고 있는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기가 나부끼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법무부가 대검찰청 요직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 직제개편안의 강행 처리 의지를 공개적으로 확인했다. 직접수사 축소와 형사·공판부 강화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검찰 인사가 임박한 시점에 마련된 개편안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검찰 업무시스템 변화와 단계적인 조직개편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권·민생·법치 중심의 검찰 직제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대검으로부터 의견을 회신받은 지 이틀 만이다.

앞서 대검은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에 '수용 불가' 의견을 전달했다. 일선 검찰청의 의견을 취합·정리한 입장이었다. 법무부의 2차례 의견조회 요청에 대검은 모두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의 뜻을 내놨다.

그럼에도 법무부가 이날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개편안 추진 의사를 밝힌 데에는 그만큼 강행 처리 의지가 확고함을 분명히 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법무부는 "개정안은 이날 차관회의에서 가결됐고, 25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마련한 직제개편안은 직접수사 축소와 형사·공판부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대검 차장검사 산하에 형사정책담당관실을 신설하고, 형사부는 2개과에서 4개과로 늘린다. 공공수사부 산하 공안수사지원과와 선거수사지원과는 하나로 합친다.

반부패·강력부 산하 수사지휘과와 수사지원과, 조직범죄과와 마약과도 통합한다. 공공수사부가 담당하는 공안사건과 반부패·강력부가 총괄 지휘하는 특수사건 등 검찰의 대표적인 직접수사 기능이 축소되는 셈이다.

동시에 전국 7개청의 8개 공공수사부는 3개청 4개부로 축소하고 나머지는 형사부로 전환한다. 6개청 6개 강력부와 2개청 2개 외사부는 모두 형사부로 바꾼다. 방위사업·사이버 등 전담범죄수사부도 3개청 3개부를 2개청 2개 형사부로 축소·전환한다.

결과적으로 기존 직접수사부서와 전담수사부서 14개가 형사부로 바뀐다. 여기에 공정거래조사부나 금융조사부·특허범죄조사부 등 전담조사부도 앞으로는 일반 송치사건 처리 등 형사부 업무를 분장하도록 규정한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도 이같은 직제개편에 맞춰 부서 배치가 조정된다. 이전까지는 중앙지검 1~4차장검사 산하에 각각 형사부, 공공수사부·공판부, 반부패부, 조사부를 둬서 운영했지만 향후에는 형사부를 1~3차장 산하로 분산한다.

법무부는 "그 외 일선청 형사부들은 경찰 송치사건 처리를 기본 업무분장으로 하고, 반부패부나 공공수사부가 설치되지 않은 검찰청은 1개 형사부만 직접수사 업무를 분장하도록 해 형사부 기능을 제도적으로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이한형 기자)
직접수사 축소와 형사·공판부 강화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정작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요직들이 대거 폐지되는데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윤석열 힘빼기'에 맞춘 직제개편이라는 비판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수사정보정책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 △공공수사부 공공수사정책관 △과학수사부 과학수사기획관 등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차장검사급 직제 4개가 축소되거나 없어진다. 대검의 2차례 반발에도 수정되지 않은 부분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개혁을 중심에 두기보다는 특정인 견제를 중심에 둔 개편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아무리 봐도 검찰총장 힘빼기용 직제개편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의견 수렴이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 11일 개편안 초안을 대검에 보내면서 일선청의 의견을 취합해 전해달라며 사흘의 시간을 줬다. 14일에는 수정안을 보내면서 18일까지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요청했다.

2차 의견 회신의 경우 주말(15~16일)과 임시공휴일(17일)을 제외하면 주어진 시간은 사실상 하루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정식 의견 조회 기간을 거쳐 각급 검찰청 차장검사 산하 부서 배치 등에 관한 검찰의 의견을 재차 반영했다"고 밝혔다.

개편안이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앞둔 시점에 마련된 점도 내부 불만을 사고 있다. 법무부가 법제처에 직제개편안을 입법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40일 동안 관련 내용을 알리는 입법예고 절차까지 생략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의심을 더하는 상황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단순히 부서 이름을 바꿀 때도 입법예고를 해왔는데 (직제개편안처럼) 큰 사안을 두고 입법예고조차 하지 않는다는 건 정말 인사를 위한 개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편안은 25일 국무회의에서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다. 개편안에 따른 검찰 중간간부 인사도 비슷한 시기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고위간부 인사에서 속칭 '추미애 사단'이 약진한 데 이어 이번에도 윤 총장 힘빼기 기조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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