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입장문' 전면 실어준 보수언론 광고 논란

조·중·동, 전면 광고란에 사랑제일교회 측 입장문 실어줘
"정부가 입맛에 따라 확진자 조작한다" 등 허위사실 담겨
전문가 "광고라고 하더라도 언론사로서 무책임한 행태"

전광훈 목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 광복절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일부 언론들이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 목사 측의 입장문을 전면 광고로 실어주면서 비판이 일고 있다. 국가 방역을 거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규모 감염을 일으킨 집단의 주장을 광고라는 명목 하에 여과 없이 지면에 실어주는 게 합당하느냐는 지적이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들은 20일 지면의 전면광고란에 '사랑제일교회 및 전광훈 목사 대국민 입장문'을 게재했다. 조선일보 등에 전면광고를 실으려면 최소 5천만 원 수준의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대국민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필요에 따라, 입맛에 따라서 코로나 확진자 숫자를 가지고 언제든지 국민들을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다. 아무나를 대상으로 검사와 자가격리를 강요할 수 있다는 대단히 무서운 결과에 이른다"면서 "정부는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참여단체, 참여 일반국민들을 상대로 무한대로 검사를 강요해 확진자 수를 확대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는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1명이 나오자, '접촉자'로 확인된 바 없고, 심지어 교회에 수년간 나간 적이 없다는 사람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문자를 보내고 검사를 강요했다"며 "그들 중 확진자가 나오면 모두 사랑제일교회 확진자라고 발표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진=조선일보 지면 캡처)
이처럼 입장문에 담긴 내용은 대부분 일방적인 주장과 억울함 호소다. 전문가들은 광고 형태를 띠고 있더라도 언론이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실어준 것에 대해 '무책임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김언경 이사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문지를 표방하고 있는 언론사에서 국가적으로 큰 피해를 끼친 집단의 의견광고를 그대로 실은 것은 언론사로서 매우 무책임한 행태"라며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전 국민에게 유해한 정보를 노출시켰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이사는 "현재 사랑제일교회 측의 태도는 합리적인 수준이 아니다. 대규모 감염을 야기한 명백한 잘못들이 눈에 보이는 상황이다. 이를 비판해야 할 언론이 그들의 의견광고를 싣는다는 것은 매우 모순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론은 이 광고를 게재함으로써 결국 그들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며 언론의 자기검열 가능성도 우려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제정임 원장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광고면은 지면을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론들이 '우리는 내용에 대해 점검하거나 확인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사회적인 윤리 기준, 통념상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의 내용이라면 언론사는 광고 집행을 거부하는 게 옳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도 내용을 토대로 보면 해당 광고에는 정부가 허위로 사랑제일교회를 공격한다는 주장 등 사실이 아닌 내용이 담겨 있다. 아무리 광고라고 하더라도 현재 국가적으로 방역에 똘똘 뭉치고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에 역행하는 허위·과장 주장을 그대로 실어줬다면 언론사로서는 비판 받을 만한 지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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