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확진자 닷새 동안 800여명…"한발 늦으면 끝장"

지난 14~18일 '국내 발생' 확진자 930명 중 826명 수도권
중대본 "전날 밤 기준 수도권 지역 병상 가동률 58.1%"
수도권 지역 감염병전담병원은 1479개 중 660개 '입원 가능'
전반적으로 이미 절반 넘어선 가운데 서울은 병상 '70%' 포화
정부, 이번주 내 '최소 500병상' 확보한다지만…"부족할 수도"
전문가들 "단순 병상 확충뿐 아니라 의료진 확보도 중요" 지적

17일 서울 성북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991명으로 1천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해외유입'을 제외한 국내 발생 환자 930명 중 수도권에서 확진된 환자만 826명(83.35%)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지역사회 확진자는 지난 14일(72명) 이후 15일 145명, 16일 245명, 17일 163명, 18일 201명 등 줄곧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감염 '폭증'을 국내 의료시스템이 넉넉히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데 있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지역의 중환자 병상은 60% 가까이 들어찬 상태다. 사랑제일교회 등 종교시설과 카페 등 지역사회의 전방위적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에서 '수도권 병상 부족'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며 "일단 지금은 치료병상 확보부터다. 한발 늦으면 끝장"이라고 위기감을 표현했다.

◇ 수도권 중환자 가용병상 '100개 미만'…"대구·경북사태 재현될 수도"

중대본에 따르면, 전날(17일) 오후 8시 기준 수도권 지역의 '중환자' 가용병상은 85개로 100개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병상 339개 가운데 환자가 입원한 197개 병상을 제외한 142개 중 57개는 일반 중환자 병상에 해당돼 병상 가동률은 58.1%다. 특히 서울 지역은 보유병상 221개 중 152개(68.77%)가 차 '포화' 상태에 가깝다.

수도권의 감염병 전담병원 역시 총 1479개 병상 중 660개 병상만이 비어 있어 55.37%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증상이 경미한 경증환자를 전담으로 수용하는 생활치료센터는 2개소(440실) 중 370실이 환자를 받을 수 있는 상태다.

이미 절반을 넘어선 병상 현황보다 더 문제인 것은 현재의 확진세가 지속된다면 확진자 중 상태가 '중증' 이상인 환자들을 격리수용하기 위한 음압병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평소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가 감염될 경우 사망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음을 고려할 때 신천지로 인한 대구·경북지역의 대규모 유행 당시처럼 병상이 없어 '입원대기 중' 환자가 사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앞서 대구에서는 일일 200명 이상 환자가 쏟아지던 지난 2월 말 확진된 지 나흘 만에 구급차에서 사망하는 70대 환자가 나오기도 했다.

17일 서울 성북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분당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홍빈 교수는 "지금 환자가 발생하는 수준을 보면 거의 하루에 100~200명씩 늘어나고 있는데 보통 확진자들의 입원 기간이 2주임을 고려하면 하루에 200명씩만 입원해도 2800명"이라며 "며칠 새 경기도도 의료원들의 병상이 다 찬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신천지 유행 당시) 대구에서 겪은 것처럼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일은 막아야 할 거 아닌가"라며 "대구·경북에서 겪었던 아픔을 생각하면 (정부의) 조금 더 적극적이고 한 발 앞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대본은 이날 수도권에 500개의 추가병상을 확보하고 오는 19일 개소하는 태릉선수촌을 비롯해 서울·경기에 생활치료센터 5곳을 추가개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충분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생활치료센터 1곳이 많아야 100~200명을 수용하는 건데 지금 1일 증가속도가 계속되면 (추가 분(分)도) 금방 찰 것"이라며 "경증 환자는 사실 (치료보다) 격리 목적이 더 크기 때문에 체육관을 개조하는 등 빨리 공간을 만들어 입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격리병상 입구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병상 확보뿐 아니라 숙련된 의료진도 중요…확진자 늘면 2차 피해도"

아울러 단순히 확진자를 위한 병상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치료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의료진을 확보하는 노력 또한 중요한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교수는 "현재 수도권 환자발생에 가속도가 붙으면 (확진자가) '1일 500~1000명'까지도 갈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병상만 갖춘다고 되는 건 아니다"라며 "의료진과 인공호흡기, 보호장구 등이 다 갖춰져 있어야 제대로 된 병상 수 확보"라고 짚었다.

이어 "왜냐하면 기존 우리 의료시스템이 소위 '타이어가 타듯이' 일이 이뤄져 종합병원의 가동률이 거의 90% 이상이기 때문"이라며 "생활치료센터는 일반 의사들을 조금 훈련시키면 다 관리 수준은 할 수 있지만 중증·위중환자들은 전문적 투약과 인공호흡기 조작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홍빈 교수도 '숙련된 의료진'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확진자 '폭증'으로 인한 의료진 차출이 기존 의료시스템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일반 상급종합병원에서는 간호사 한 명이 환자 두 명을 담당하는데 코로나 환자는 격리병동이다 보니 다른 간병인이나 간호보조원도 없어 간호인력만 서너배가 더 필요하다"며 "(차출되는) 숫자만큼 그 병원들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늘면 코로나 환자에게도 문제지만, 그 외 환자들에게도 '2차적 피해'가 생길 수 있어서 다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보통 확진자가 늘면 '병상 수가 충분한가'만을 따지는데, 의료진들의 필요와 함께 그 병상을 확보한 만큼 다른 환자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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