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서 "격리 통보받아" 말한 전광훈, 지침상 '위반' 맞다

보건소 측, 집회 전 교회 찾아 집사에게 전 목사 격리 통보
전 목사, 집회 참석해 "구청에서 나를 격리대상으로 정했다" 발언
전 목사 측 "법적효력 발생은 공문서 도달 기준…오후 6시에 받았다"
보건당국 現 지침 "신속 처리 필요한 경우, 구두로 통보 가능"

전광훈 목사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 광복절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15일 보수단체 집회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 자가격리 통보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격리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을 두고 전 목사 측은 "법적 절차와 공문서가 도달한 때"라고 방어했지만, 행정당국은 "사실상 당사자가 인지한 시점부터"라고 선을 그었다.

19일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보건당국의 현행 지침상 전 목사는 자가격리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 목사는 본인이 자가격리 대상자임을 통보받고도 이를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정부와 서울시는 전 목사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중수본 관계자는 "전 목사가 15일 오후 2시 서울시로부터 자가격리 명령을 받고도 오후 3시 10분쯤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 자가격리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성북구보건소는 지난 15일 오후 2시쯤 사랑제일교회를 찾아 교회 집사를 통해 전 목사에게 자가격리 대상임을 통보했다. 보수 유튜브 채널을 보면 같은 날 오후 3시 20분쯤 집회 발언대에서 마이크를 잡은 전 목사는 "병에 대한 증상이 전혀 없다. 그런데 구청에서 우리 교회를 찾아와 나를 격리 대상으로 정했다고 통보했다. 이놈들이"라고 말했다. 전 목사는 집회에 참석한 뒤 오후 6시쯤 격리 통지서에 서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랑제일교회 측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전 목사가 격리 통지서에 '서명'한 시점을 기준으로 격리 의무가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강연재 변호사는 "전광훈 목사는 어떠한 통지도 받은 적이 없고 15일 오후 6시쯤 격리통지서를 받았다"며 "법적으로 어떤 의무가 발생하느냐 여부는 법적 절차와 공문서 도달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는 18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집사에게 격리 통보서가 전달됐을 당시, 전 목사는 광화문 집회 현장에 있었다"며 "(전 목사가) 수령증도 받지 않았고 자가격리 장소도 정해지지 않아 예정대로 연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서울시는 "통지를 의도적으로 받지 않았다고 해서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집사에게 통지서가 전달된 시점부터 자가격리 의무가 발생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의 현행 지침상 전 목사는 자가격리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지난달 9일 발간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지침 지자체용 제9-1판'에는 "(지자체 등은) 격리 통지서를 전달하거나 문자, 유선전화 등으로 통보하도록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더해 행정절차법 제24조를 준용한 '참고 조항'을 뒀다.

행정절차법 제24조는 "다만,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는 말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이 경우 당사자가 요청하면 지체 없이 처분에 관한 문서를 줘야 한다"고 명시했다.

전 목사에 대한 자가격리 통보도 이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 목사가 8·15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다고 예고한 만큼, 당시 격리 통보는 '신속성'을 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전 목사는 지난 11일 보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우한(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집회 금지령을 내린다고 국민들이 모이지 않겠나"라며 "교회를 팔아서도 집회를 하는데 그날(8월 15일) 나와주기만 하면 된다. 1천만명 가까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자가격리 통보를 받고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최고 징역 1년 또는 벌금 1천만원에 처할 수 있다. 의정부지법은 지난 5월 자가격리 조처를 어기고 주거지를 무단이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징역 4개월의 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그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다만 전 목사가 1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경찰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보강 수사를 한 뒤 전 목사를 부를 예정"이라며 "(최근의) 법원 결정도 집회·시위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병 예방과 관련해선 (집회) 자제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8·15 집회는 과거의 집회와는 다른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방대본은 18일 오후 12시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그 전날보다 138명이 추가돼 모두 457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교회 측이 제출한 명단 가운데 600여명과는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수본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신천지 이후로는 가장 큰 집단감염"이라며 "집회에 참여했던 접촉자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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