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은 18일 오전까지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며 8‧15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에 대해 언급 자체를 피했다. 그러나 전 목사가 확진자로 판정된 가운데 당내에서도 '선긋기' 촉구가 이어지자, 비판 대열에 합류한 모양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동작구 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추도식 후 기자들과 만나 광복절 집회에 대해 "그게 야당하고 무슨 관련이 있냐"고 일축했다.
김은혜 대변인도 이날 오후 논평에서 "전 목사는 정부의 방역시책에 협조하지 않은 채, 공동체의 안위마저 위협하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며 "책임 있는 행동을 못한 데에 응분의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명확하게 비판 입장을 취했다.
지난 15일 전 목사 논란이 불거진 이후 고수해온 '무대응 전략'을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해당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정강정책 개정과 친(親)호남 정책 등 김종인표 개혁 행보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의 전신 자유한국당과 가까운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전 목사가 확진자로 드러나면서 여론이 들끓자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다.
통합당은 집회 논란 이후 그동안 '노코멘트'로 일관해왔다. 지난 17일 김은혜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16일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뿐, 전 목사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에 당내에선 지도부의 '무대응 전략'을 지적하며 전 목사와의 선긋기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애매한 스탠스를 고수할 경우 중도층 민심 이탈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원영섭 당 윤리위 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선을 그어야 한다"며 "자가격리 사전인지 여부는 철저히 밝혀져야 하고, 여야 막론하고 자가격리 위반은 엄중한 사항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진영 동작갑 당협위원장도 페이스북에서 "전광훈 같은 무리와 과감하게 선을 긋는 것, 그것이 사는 길"이라며 "골짜기가 아니라 중원으로 나가야 한다"고 지도부를 압박했다.
그동안 주요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신속한 결단력을 보였던 김 위원장이 전 목사 논란엔 다소 뜸을 들였다는 면에선 여전히 불안 요소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당 입장에선 전통적 지지층인 태극기세력과 대립각을 세우기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당내 한 재선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우리당에게 태극기세력은, 마치 민주당 입장에선 민주노총과 같은 존재"라며 "잘못이 있다고 해서 섣불리 내치기도, 그렇다고 동조하기도 어려운 관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