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에 사는 최모(19·청주 A고 3년)군은 지난 16일 청주 상당보건소에서 뜬금없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서울 사랑제일교회 교인 명단에 이름이 있으니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
최군 어머니 김모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들은 서울에 간 적도 없고 사랑제일교회와는 더더욱 관련이 없다. 보건소에서 지난 목요일에 서울에 갔는지 물었는데 그땐 아이가 학교에 있을 시간이다"고 말했다.
이어 "다짜고짜 확진자 이름을 대면서 '그 사람과 아는 사이냐', '사랑제일교회에 간 적이 있냐'라고 물었다"며 "보건소 직원에게 말이 안 된다고 항의했지만, 어쩔 수 없다며 검사를 받으라고 해 검사를 받고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명이인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앞뒤 모두 맞는다더라. 이런 식이면 애먼 사람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며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10살 어린이가 사랑제일교회 접촉자로 분류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남 양산에 거주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누리꾼은 "양산시 보건소에서 저희 아이가 사랑제일교회 접촉자로 분류됐으니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더라"라며 "서울에 간 적이 없고 교회도 안 다닌다. 도대체 어떤 경로로 포함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현재 보건당국은 사랑제일교회가 제출한 방문자 명단에 나오는 휴대전화 번호를 통신사에 조회해 신분을 확인하고, 해당 명단을 각 지역 담당 보건소로 보내는 식으로 접촉자를 검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회 측은 급하게 교적부를 보내는 바람에 최신화를 못한 예전 자료를 보냈다고 주장한다. 이후 사랑제일교회를 상대로 행정조사를 진행했고 교인 명단을 아예 새로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만일 사랑제일교회가 애초 당국에 제출한 명단 자체가 잘못됐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3월 확산세에 버금가는 2차 팬데믹(대유행)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감염 확산 방지에 투입될 행정력과 예산이 애꿎은 곳에 낭비될 수 있어서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향후 2~3일이 제일 중요하다. 빨리 접촉자들 진단하고 노령자들이 많기 때문에 입원도 시켜야 하는데 그 부분이 망가졌다"며 "연락 자체가 안되는 사람도 많은데 현재 양성률이 16%라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것이다. 앞으로 확진자가 수백명 더 나올 수 있다"고 짚었다.
사랑제일교회 측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는 성도들에게 '보건소에 가지 말라'는 취지로 설득했다는 제보까지 나왔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지난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지난 13일 어머니에게 감기 기운이 있어 보건소에 가는 길에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관계자는) '보건소도 가지 말고 진료도 받지 말아라. 참았다가 3일 뒤 광복절 집회가 끝나면 가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사랑제일교회에 방문한 4066명의 검사 대상자 가운데 연락이 닿지 않는 550명의 명단을 넘겨받아 소재 확인 등 추적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