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낮 12시부터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100명의 인원이 모인다고 경찰에 신고하고 집회 허가를 받은 보수성향 단체 '일파만파'의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은 연단을 중심으로 펜스를 설치하고 100여명의 인원만을 수용했지만, 펜스 밖에 서울과 각지에서 온 참가자들이 훨씬 더 많이 모여 조선일보 사옥까지 장사진을 이뤘다. 이 때문에 방역수칙 준수를 위한 1~2m '거리두기'는 사실상 불가한 상황이 연출됐다.
참가자들은 강우에도 우비를 입고 '문재인을 파면한다', '나라가 니꺼냐?'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문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정부를 규탄했다.
앞서 이들은 4·15부정선거 국민투쟁본부(국투본) 등과 함께 서울행정법원에 서울시의 집회금지 명령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전날 "집회장소가 도심지역에 속한다 해도 별도의 적법한 처분을 거치지 않고 일체 집회를 금지하는 서울특별고시만을 들어 해당집회를 금지할 수는 없다"고 이를 일부 인용했다.
당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와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들이 이날 낮 12시부터 경복궁역 인근에서 2천명 가량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지만, 서울시가 집회를 금지하고 경찰 역시 사전 제지 의사를 밝히면서 실제 집회가 열리진 않았다.
실제로 일파만파의 집회가 시작되기 직전 급속도로 광화문역 입구 일대에 인파가 몰리자, 경찰이 동화면세점 쪽으로 건너가는 대로변 횡단보도를 일시적으로 통제하면서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 고성이 오가며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집회 도중 참가자 일부가 경찰 통제선을 뚫고 광화문광장 쪽으로 넘어가려 시도하면서, 일부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때 시위 참여자들이 광화문사거리 일부를 점거하고 "밀자!", "길을 열어라!", "문재인은 물러가라!" 등을 연호하며 육탄전을 벌여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로 인해 종로1가에서 충정로 방면으로 운행하는 일부 버스가 도로에 멈춰서기까지 했다.
이날 광화문과 경복궁역 주변에 90여개 중대, 6천여명의 경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경찰은 이 같은 불법점거 행위 등에 대해 즉각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시의 집회금지 명령과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대규모 불법집회를 열고 도심 도로를 점거해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한 집회 주최자들에 대한 수사를 위해 수사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29명 규모의 TF를 꾸릴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세종로사거리, 광화문광장 불법점거 등 장시간 불법집회를 진행한 이들 단체에 대해 집시법 위반, 일반 교통방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신속히 수사할 것"이라며 "집회 주최자들에게 즉시 출석요구를 하는 한편, 채증자료 분석을 통해 불법행위에 가담한 참가자들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엄정 사법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세종대로 일부 구간(광화문~시청교차로), 종로1가에서 정동 교차로 구간, 사직로 일부 구간(독립문교차로~동십자교차로), 남대문로 일부(한은교차로~을지로입구 구간) 등의 교통을 통제하기도 했다.
한편, 미래통합당 민경욱 전 의원이 이끄는 국투본도 전날 법원이 이들의 집회금지명령 집행정정지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예정대로 오후 1시부터 중구 을지로입구역 근처에서 4천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종로구 안국역 근처에서 집회를 계획했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오후 3시 종각역으로 장소를 바꿔 기자회견 방식으로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한미워킹그룹 해체, 남북합의 이행, 코로나19 경제위기 속 노동자의 고용 보장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서울시는 이날 집회금지명령을 어기고 집회를 강행한 단체들에 대해 주최자와 참여자들을 고발하고, 이 중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