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만 값 치른 뒤 천천히 갚아나가는 집…납부 끝나면?
정부가 지난 4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는 신규 확보 공공택지와 공공재건축 기부채납 물량 등을 통해 지분적립형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수분양자가 입주 시 분양가의 20~40%가량을 납부한 뒤 나머지는 20~30여 년에 걸쳐서 분할 납부하면서 주택에 대한 지분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갚을 능력이 되니 빨리 갚겠다"는 경우더라도, 지분 취득에 속도를 낼 수 없는 게 원칙이다. 생애 최초 구입 등 무주택 실수요자가 비교적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시작하는 동시에, 그 몫을 장기간에 걸쳐 늘어나는, 곧 정해진 지분에 한정해 단기 시세차익을 챙기는 행위를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조건은 올해 하반기 발표될 예정이지만, 전매제한기간도 10년 이상일 예정이다.
서울도시주택공사(SH)에 따르면, '연리지홈'이란 이름으로 공급될 이러한 주택에 장차 적용될 시세차익은 결국 다시 개인의 몫이다.
전매제한기간은 지났지만 대금을 납부하는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경우에 집을 파는 경우에도, '시세'에 맞춰 자신이 가진 지분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은 "이런 방식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우리는 이미 이명박정부의 보금자리 주택에서 경험했다"며 "서울 강남 아파트가 2~3억 원 수준으로, 정책적으로 값싸게 공급됐는데 이 집이 나중에 10억 원으로 올랐을 때 차익은 개인이 다 가져가고, 사회적으로는 남는 게 없었던 것"라고 밝혔다.
◇ '발굴'해낸 공적 물량, 이익은 다시 사인에게
SH 관계자는 "한 집에 오랜 시간 거주한 사람에게는 약간의 차익을 인정해줄 수 있다는 점이 전제"라며 "전매제한이 끝나는 시점에 수분양자가 즉시 100% 이익을 챙길 수 있는 현재의 공공분양과 달리, 지분적립형 주택은 전매제한이 끝나더라도 지분 비율만큼 점진적으로 차익을 가져간다는 점이 다르다"고 밝혔다.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고 이에 임대료를 받는 토지임대부 주택조차 시장 기대에 따라 시세의 80% 수준으로 형성돼가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대신 강남 등 집값이 더 비쌀 만한 곳에는 지분 취득 기간을 30년, 상대적으로 그보다 덜한 지역에는 20년을 적용하는 등 차등을 둘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역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의 협의를 통해 고쳐나가야 한다.
악화하는 주택 민심에 대통령까지 "'발굴'을 해서라도 공급을 늘리라"고 직접 당부한 데 따라 어렵사리 나온 물량이며 서울 노원구 태릉CC 부지의 경우 '그린벨트 해제'까지 단행하기로 한 결과다. 서울 곳곳 이른바 '노른자위' 땅에 위치한 이들 주택들의 시장가치 상승은 뻔히 예견된 상황이다. 서울의 경우 공공택지를 통한 공급이 강남권 6만 호, 강북권 5만 1천 호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나 개발 방식 전환 등을 고려하면 탄력성은 충분히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주택을 공급할 공공택지가 서울 내에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은 맞아 보인다"며 "특히 이번 공급대책에서 태릉CC 외에도 그린벨트 해제 논란까지 일었던 점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상당수가 추첨제로 진행될 '로또 분양' 지분적립형 주택의 시세 상승에 따른 차익이 시기는 다소 늦더라도 개인의 손에 온전히 돌아가게 하기보다는, 공적 환수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지분적립형 주택을 통해 공공이 집값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 자체를 막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이익을 얻는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김성달 국장은 "지분적립형 주택은 더 이상 공공주택으로 '장사'를 하지 말라는 요구를 공공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며 "무주택 서민들에게 값싼 집을 공급하거나 불로소득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아닌, 그 이익을 나누자는 게 아니냐"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