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딸을 잔혹하게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부모 중 친모가 첫 공판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나섰다. 아동보호단체는 "감형을 위한 쇼"라며 곧바로 반박하면서 법원의 심신미약 인정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피고인 계부(36)와 친모(29)의 공동변호인은 14일 창원지법 밀양지원 형사1부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아동학대 혐의(상습 특수상해 등)를 받는 친모는 "심신미약"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일부 범행에 대해서는 혐의를 부인하며 "머리에서 '윙' 소리가 난다는 그녀의 기억과 정신은 온전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법원에 친모의 정신감정도 요청했다.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형법10조에 따라 감형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방화살인으로 20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던 안인득은 조현병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을 법원이 인정하면서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았다.
범행 형태는 다르지만, 친모는 안인득과 공통점이 있다. 변호인의 주장에 따르면 친모는 거제에서 3년간 조현병 치료를 받았고, 약을 끊은 뒤로 범행이 발생했다.
검찰도 창녕에 이사 오기 전에 살던 거제에서는 학대 피해가 없다는 결과를 내놨다. 검찰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창녕에서 발생한 학대 범죄로 판단하고 기소했다.
하지만, 아동보호단체는 다른 자녀들에게는 학대 피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친모의 심신미약 주장은 감형을 받기 위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이날 법원 앞에서 "다른 자녀들에게는 학대가 발견되지 않고 왜 큰 딸에게만 학대가 집중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친모는 정상적인 분별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자녀에게 학대 흔적이 없고 큰 딸에게만 잔혹한 학대 흔적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공 대표는 이어 "조현병이라고 한다면 자기 증상을 알고 있었을 텐데 정신과 왜 약을 먹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친모가 주장하는 건 감형을 받기 위한 쇼"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들 부부는 올해 1월부터 4개월간 딸 A(10)양을 쇠사슬로 묶거나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을 이용해 발등과 발바닥을 지지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 부부에게 상습 특수상해 외에도 감금, 상습아동 유기·방임, 상습 아동학대 등 혐의도 기소했다.
2차 공판은 다음달 18일 오전 10시 30분에 열린다. 피고인들에 대한 신문이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