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개편이 검·경 수사권조정의 후속 작업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다소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내년 수사권조정 개정법 시행 앞두고…대검 조직개편 임박
13일 CBS노컷뉴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 11일 오전 '2020년 하반기 검찰청 직제개편(안)'을 대검찰청에 보내 14일까지 의견 조회를 요청했다. 의견조회 절차가 마무리되면 행정안전부 등 유관부처와 협의를 거쳐 이르면 18일 또는 25일 국무회의에 올려 직제개편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개편안에서는 차장검사급인 수사정보정책관과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 공공수사정책관, 과학수사기획관 등 4개 자리를 없애기로 했다. 대신 같은 급으로 검찰총장 직속 인권정책관과 형사부장 산하 형사정책관을 신설키로 했다.
또 현재 수사지휘·수사지원·범죄수익환수·조직범죄·마약 5개 과로 운영하던 반부패·강력부를 구조조정해 3개 과로 줄이고, 형사1·2과 2개였던 형사부는 5개 과로 늘리기로 했다. 공판송무부도 공판송무과를 공판1과와 공판2과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추 장관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금의 검경수사권 조정은 과도기에 불과하다. 검찰은 여전히 많은 분야에 직접 수사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경찰의 수사역량이 높아진다면 검사의 직접 수사를 내려놓을 때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직제개편 역시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지만, 여전히 과도기적인 수준이며 앞으로 완전한 수사와 기소 분리를 위한 검찰개혁 작업이 계속 진행될 것이라는 취지다.
◇문 대통령 지시로 만든 '인권부', 2년 만에 폐지…왜?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권조정의 방향과 그에 따른 검찰 조직 개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방식에 대해선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지난 2018년 6월 설치된 대검 인권부를 2년 만에 전격 없애기로 한 방안을 두곤 의심의 눈초리가 짙다.
이번 직제개편안에서 법무부는 인권부 산하 인권기획과·인권감독과·피해자인권과 중 조사기능이 있는 인권감독과만 감찰부 산하로 재편하는 방식도 택했다. 검사 개인이 뇌물을 받는 등의 비위 문제뿐 아니라 수사와 관련한 인권침해 진정 사건 등도 감찰부에서 총괄해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윤 총장은 해당 진정을 대검 인권부에서 조사하도록 지시했지만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감찰부 사안"이라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됐다. 추 장관은 이를 감찰부에서 지휘하도록 하면서 "(총장이) 내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고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대검 감찰부장은 검찰 내부 인사가 아니라 공모를 통해 선발된다. 판사 출신인 한 감찰부장 역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 인사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 검사장이 이끌던 인권부를 쪼개서 조사 기능은 감찰부에 넘기고 인권정책관 자리는 차장검사급으로 낮춰 명맥만 유지한 셈"이라며 "피해자인권과는 기존 형사부 소년업무와 통폐합되면 피해자 지원 업무의 중요도 등도 약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직 안정성 흔드는 '6개월짜리' 인사…윤석열 견제용?"
이번 직제개편을 추진하면서 법무부가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거의 수렴하지 않은 점을 두고도 물음표가 제기된다. 수사권조정 관련 구체적 내용을 담은 시행령이 확정된 것은 지난 7일로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법무부는 이를 반영한 직제개편안을 대검에 보내고 사흘 안에 답변을 내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사인사규정에서는 대검 기획관·정책관·대변인·과장 등 고검검사급 검사의 필수 보직기간을 1년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청 기구의 개편이나 직제·정원의 변경이 있는 경우엔 필수 보직기간과 관계없이 인사가 가능하다.
추 장관은 지난 1월 인사에서도 전국 검찰청의 직접수사부서를 축소하는 직제개편과 함께 보직 발령 6개월밖에 되지 않은 고검검사급들에 대해서도 인사를 낸 바 있다. 이번에도 직제개편이 수반된다면 대검 중간간부 '물갈이'가 가능하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개편안의 세부 내용과 추진 시기를 놓고 "개혁을 중심에 두기보단 특정인 견제를 중심에 둔 개편안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며 "조직 안정성은 물론이고 수사의 연속성·공정성을 크게 해칠 수 있는 6개월짜리 인사가 연속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이번 직제개편에 '윤 총장 견제'라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