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임무 카드에는 시장이 재난 상황에서 해야 할 시간별 대응 행동이 분 단위로 적혀 있었지만, 지난달 폭우 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8.6 부산CBS노컷뉴스='부산지하차도 침수' 폭우 때 시청 비운 변성완 대행…매뉴얼 제대로 안 지켜]
부산시에 따르면, 재난대응 업무를 맡은 부산시 직원들은 각자 재난 상황에서 어떤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지를 시간대별로 작성한 '개인별 대응 임무 카드'를 소지하고 있다.
이 카드는 시장인 재난안전대책본부장부터 시민안전실장, 재난대응과장 등 간부와 상황관리총괄반 담당자 등 일선 주무관까지 모두 휴대하거나 사무실에 비치해두도록 제작됐다.
또 1시간 내로 재난현장 확인, 2시간 이내에는 피해확인과 응급복구 임무를 하도록 명시돼 있다.
부산시는 2015년 기준 임무 카드에서 양식과 형태는 조금 달라졌지만, 내용은 크게 차이가 없는 카드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담당자 전화번호 정도는 달라질 수 있지만, 시간대별로 대응하도록 한 기본적인 내용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현장 조치 행동 매뉴얼을 간략히 정리해서 각자가 보기 편하도록 포켓용으로 만들어서 가지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한 부산시 직원은 "지갑에 항상 카드를 접어 넣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 꺼내보고 있다"며 "정신없을 때 내 임무가 뭔지 카드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기준 임무 카드 내용과 부산시 설명을 종합하면, 부산시 재대본부장인 변 권한대행은 지난 23일 오후 8시 호우경보 발령 30분 안에 상황판단회의를 개최해 대책본부 운영 여부를 결정하고, 공무원 비상소집·비상근무 명령을 내리는 등 대응에 나섰어야 했다.
그러나 이날 시청 근처에서 외부인과 저녁 식사를 한 뒤 관사로 돌아간 변 권한대행은 임무 카드에 적힌 내용대로 움직이는 대신, 호우경보가 발효된 지 51분이 지나서 시민안전실장에게 "철저히 대비하고,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휴대전화로 연락하라"는 전화를 걸었다.
한 간부급 부산시 직원은 "그날 저도 사무실에 있었는데 비상을 안 걸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원래라면 간부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야 하는데 안 하더라"며 "그 정도로 비가 쏟아지면 (변 권한대행은) 밥을 먹다가도 숟가락 놓고 시청에 들어와야 하는데, 참모들도 잘못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변 권한대행이 직접 밝힌 당시 대응 상황을 보면, 변 권한대행이 초량1지하차도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시민안전실장 전화 보고를 받은 시각은 24일 오전 0시 7분이다. 두 번째 사망자까지 나왔다는 소방재난본부장 전화를 받은 시각은 오전 0시 20분으로 이 두 시각을 재난 발생 시점으로 보더라도 임무 카드에서 명시한 30분·1시간·2시간 이내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변 권한대행이 지하차도 마지막 사망자 등 다음 재난 보고를 받은 시각은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 오전 6시 15분이었다.
부산CBS는 변 권한대행에게 여러 차례 직접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임무카드에 대한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