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4대강 보의 홍수 조절 능력에 대해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다만 이번 사태에 따라 실증 조사를 진행할 계획으로, 민간 전문가도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국서 피해 속출…정치권은 뜨거운 논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는 이번달에만 사망 34명, 실종 8명, 부상 8명으로 집계됐다. 이재민은 7800명을 넘어선 상태며, 도로와 교량, 주택 등 시설 피해는 2만 5534건에 달했다.
폭우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4대강 효과'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지난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회"라며 "댐의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과 함께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그런가하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나선 이낙연 의원은 "과거 4대강 보 설치는 소하천이나 소천은 그대로 두고 그 밑에서만 이뤄졌다"며 "잘한 거냐 못한 거냐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적어도 일의 순서는 잘못됐음이 틀림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통령 지시' 이후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조사는 하지만…4대강 보 홍수 피해 조절 능력에 회의적인 환경부
하지만 4대강 보의 홍수 조절 능력에 대한 환경부의 평가는 이미 비관적이다.
'4대강 자연성회복을위한 조사‧평가단'를 두고 모니터링을 통해 장기적 계획을 제언하는 한편, 홍수 관리 주무부처이기도 한 환경부의 기본적인 견해는 "홍수 피해는 4대강 보로 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보를 통한 홍수 피해 방어 능력은 미미한 게 공통적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4대강 효과'에 대해서도 반박을 이어갔다.
섬진강이 4대강 사업에서 빠져 홍수 피해가 심각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번 장마로 인해 섬진강 상류(임실)는 50년 빈도 규모의 강우였지만, 섬진강 하류(남원)는 500년 빈도 규모의 강우가 발생했다"며 "하천의 계획빈도 이상의 강우가 초과해 발생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강우 빈도는 기준 강우강도의 발생과 동일한, 또는 더 큰 강도를 가지는 강우 발생사이에 나타나는 평균적인 시간 간격으로, 설계상 국가하천은 100~200년, 지방하천은 50~80년이다.
섬진강 홍수 피해는 결국 설계 기준을 뛰어 넘은 폭우 탓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홍수 피해가 대부분 지류에서 발생해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홍수 피해가 훨씬 컸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경남 합천창녕보 제방 유실은 보로 인해 수압이 높아진 탓이라는 지적이 언론에서 있었지만, 이 부분은 단정할 수 없다"며 "정밀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지시가 우선 '댐과 '4대강 보'를 중심으로 한 가운데, 환경부의 조사 역시 이를 중심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환경부는 다만 "과거 수행한 연구는 큰 홍수가 없던 시기에 가상 홍수 시뮬레이션 통해 계산한 자료"라며 "이제는 유량이나 수위 등에 대한 실측 데이터가 보의 영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민간 또는 공공이 참여한 실증적 평가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평가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