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복구 활동에 나선 여야 정치인들은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도와달라는 호소에 응답하기 위해 흙탕물로 범벅되면서까지 직접 복구 현장으로 뛰어들어 구슬땀을 흘렸다. 하지만 때로는 진정성이 의심받고, 인증샷 논란의 덫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했다.
또 여야는 홍수 피해 책임과 관련해 '4대강과 태양광 사업'을 놓고 정치 공방을 벌이면서 재난을 정쟁화 한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숫자의 약속…당정청, 재난지원금 2배 인상
집권여당은 숫자로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와 청와대를 불러모아 재난지원금을 2배 끌어올리기도 했다. 사망의 경우 1천만 원에서 2천만 원으로, 침수의 경우 1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재난지원금을 높였다. 3조 원+α(알파)의 중앙정부 예비비와 2조 4천억 원의 지방정부 기금을 밝혀가며 재정 여력에 따라 4차 추경 카드도 언제든 꺼낼 태세다.
"남원시는 지난주 발표된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돼있지는 않지만 며칠 안에 추가로 선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가옥 전파와 반파, 침수 같은 것을 포함한 이른바 '복구 지원금' 지급 기준을 현실화하기로 했다. 며칠 안에 발표될 거다. 기대하지는 만큼일지는 모르지만 꽤 많은 정도다."
단순한 위로의 메시지가 아닌 현실적 지원금 지급에 관한 약속이다. 이재민들에게 지금 당장 대책이 될 임시주택도 언급했다.
"주택복구에 앞서 임시주택을 빨리하도록 정부에 제안하겠다. 과거에는 6~7평짜리 컨테이너였는데, 문재인정부 들어와서 지붕이 있는 집처럼 생긴 임시주택을 공급한다. 7~8평이어서 두 분 사시는 데 그럭저럭 괜찮다. 편하지는 않겠지만, 그 안에 화장실, 샤워기, 싱크대도 있고. 빨리 지어지도록 독촉하겠다."
듣고 있던 이환주 남원시장의 답변이 "지방 현실을 잘 아셔서 대책이 마련될 것 같다"고 반색했다. 김부겸, 박주민 당대표 후보들도 지원과 함께 재원을 언급하기도 하며 위로를 건넸다.
"저희가 와서 거드는 게 재난을 극복하겠다는 '믿음'을 드렸길 바란다.", "큰 도움은 안 될 수 있겠지만, 아픔을 나누고, 좀 속도를 빨리해서 실질적 지원이 되도록 하겠다."
◇더 빨리 뛰는 야당…진흙 범벅의 진정성 호소
통합당은 발로 더 빨리 뛰었다. 지도부가 경기 이천→충북 충주·단양→전남 구례 등으로 민주당보다 먼저 강행군 중이다. 호남행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호남을 소홀히 했다"는 자성이자 구애로도 해석된다.
"침수되면 개인에 100만원, 상공인에 200만원의 지원금이 나오는 15년 전 시행령은 너무 금액이 적다. 한 500만원, 1천만원으로 올려야겠다. 우리당 박수영 의원이 시행령을 고쳐라, 금액을 대폭 올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고 정부도 그렇게 하려 한다."
사흘 연속 호남을 찾는 통합당은 진정성을 담으려는 노력도 했다. 13일 전북 남원으로 향하는 원내지도부는 의원 소집령을 내렸다.
"전북 남원의 수해 피해가 큽니다. 의원님들께서는 수해복구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 부탁드립니다."
다소 촌스러운 복장에 나뒹구는 변기 뚜껑을 진흙탕에서 끄집어내는 통합당 태영호 의원의 모습은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윤희숙 의원의 5분 발언만큼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정의당은 말끔한(?) 인증샷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가, 흙 묻은 옷 사진을 공개하며 언론 유감을 표명한 메시지를 냈다. 사진 찍고 빠지기식 보여주기 행보와 과도한 의전 등 '구태정치'라는 화살이 향하자, 구태와 결별을 내세웠던 정의당으로서는 이런 오해만큼은 꼭 씻어내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홍수 예방 효과를 둘러싼 '4대강 공방'과 산사태 인과관계의 논쟁거리가 된 산지 '태양광 발전'이 정쟁소재가 된 것도 재난의 정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