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예보 간과?…섬진강 둑 붕괴 직전 방류 '수직상승'

수자원공사 "7월 27일 댐 방류 시작"
집중호우로 유입량보다 방류량 적어
7일, 2천톤 유입에 방류 1천톤 미만
붕괴 3시간 전 1400톤 급격히 상승
최영일 전북도의원 "예보 간과 의심"

방류 중인 섬진강 댐의 모습(사진=임실군 제공)
한국수자원공사가 섬진강 둑 붕괴 3시간 전 댐에 담아 둔 물의 방류를 급격하게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 남원시 금지면 마을 집단 침수 피해의 책임론이 일자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7월 27일부터 방류를 시작해 댐 수위 조절을 했다. (8월 7일과 8일) 강우가 천재지변급으로 많이 온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마저도 유입량보다 방류량이 훨씬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둑이 붕괴하기 3시간 전부터는 평소(200여톤)보다 7배 넘는 초당 1400여톤에 달하는 물이 한꺼번에 방류되면서 그 힘을 견디지 못하며 둑이 붕괴하는 상황까지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수자원공사 섬진강댐지사는 7월 27일 오후 2시 초당 100톤가량의 수문 방류를 시작했다. 8월 7일 오후 8시까지 초당 50~400톤가량이 방류됐다.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7일 오후 8시부터 8일 오전 6시 30분까지는 초당 600톤이 방류됐다.

8일을 시간대별로 보면 오전 6시 30분 1천톤→오전 8시 30분 1500톤→오전 10시 40분 1700톤→오전 11시 25분 1868톤 등 초당 방류량이 수직 상승했다.

낮 12시 50분쯤 섬진강 둑 100여m가 무너지며 남원시 금지면 일대 마을은 도미노처럼 물속에 잠겼다.
100여m가량 무너진 섬진강 둑(사진=남승현 기자)

한국수자원공사 섬진강댐지사 관계자는 "강우가 천재지변급으로 많이 오면서 지난 7월 27일부터 계속 방류를 했다"며 "그런데도 이달 7일과 8일 이틀간 누적 강우량이 400㎜에 육박하며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공사 측은 7월 31일 오전 9시 10분부터 오후 5시까지엔 초당 600톤을 방류했다는 입장이지만, 당시 기상 예보를 고려하면 방류량이 적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비가 와서 댐에 유입되는 물보다 수문을 통해 빠져나가는 물의 양이 적었다.

전라북도의회 최영일 의원(순창)으로부터 받은 8월 6일부터 8일까지의 '집중호우로 인한 섬진강댐 유입량과 방류량 자료'를 보면 유입량이 방류량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당 200톤가량의 방류량을 보인 8월 6일의 유입량을 시간대별로 보면 적게는 32~419톤 수준이었다.

7일 오후 3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초당 유입량은 1181톤→1806톤→2209톤→2237톤→2453톤→1781톤→1470톤→1136톤을 기록했다.

반면에 같은 시간대 초당 방류량은 398톤→405톤→410톤→393톤→402톤→410톤→577톤→585톤으로 유입량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었다.

초당 방류량은 8일 오전 8시까지 1000톤을 밑도는 수준을 보이다 오전 9시 1400톤으로 급격히 올라 오후 4시 1869톤으로 최고점을 찍고 이튿날인 9일 오후 3시까지 1000톤 수준을 유지했다.

붕괴 전후의 유입량은 2000~3000톤을 오르내렸다.
전라북도의회 최영일 의원(순창)이 공개한 8월 6일부터 8일까지의 '섬진강댐 유입량과 방류량 자료'(사진=최영일 전북도의원 제공)

최영일 도의원은 "한국수자원공사가 방류했다는 양은 미미한 수준이었다"며 "많은 비가 내릴 거라는 기상 예보를 간과한 것으로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오후 5시, 기상청은 "내일(7일)과 모레(8일)까지 전북지역에 100~200㎜, 많은 곳은 30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둑이 무너지기 전날인 지난 7일 오후 5시에는 "내일(8일)까지 전북지역에 80~150㎜, 많은 곳은 250㎜ 이상의 비가 내리겠다", 당일인 8일 오전 5시엔 "전북지역은 50~150㎜, 많은 곳은 250㎜ 이상의 비가 내리겠다"는 기상청 예보가 나갔다.

지난 7일 오전 7시부터 전북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고 오후 2시 20분 임실군과 오후 7시 10분 남원시에 각각 호우경보가 발효됐다.

전주기상지청 관계자는 "예보가 나갈 당시 지리산 부근 등 동부 내륙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됐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국수자원공사의 섬진강 댐 방류 결정 전후 과정에 의문이 남는다고 말한다.

전북대학교 토목공학과 박영기 교수는 "둑 붕괴는 섬진강 댐의 방류 조절이 쟁점"이라며 "비가 많이 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대응을 잘했다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나고 가장 먼저 섬진강 둑이 무너지기 전후 수위를 살펴보고 섬진강 댐 방류 결정의 과정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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