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검언유착 여러 증거 확보됐다"더니…檢 공소장은 '빈약'

이동재 공소장 보니…
'한동훈 공모' 직접 증거 대신 '의심 정황' 열거
추미애 '검언유착 확신행보'에 책임론도
"다수 중요 증거 확보했다"던 수사팀, 부풀려 보고했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관련 검찰 공소장이 공개됐지만, 한동훈 검사장과의 범죄 공모를 입증하는 '검언유착'의 결정적 증거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이 사건의 성격을 검언유착으로 규정짓고,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판단 근거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붙는다. 일각에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형사1부)의 사건 보고가 왜곡돼 이뤄졌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착 스모킹 건' 빠진 공소장…'의심 정황' 위주 적시

'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수사팀은 공소장에서 이 전 기자가 '신라젠 비리' 취재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짜고 이철 전 VIK 대표를 협박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이사장의 비위 첩보를 얻어내려 했다고 의심되는 정황들은 다수 열거했다. 그러나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공모했다는 결론엔 이르지 못했다.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진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검찰이 적시한 의심 정황은 이미 녹음파일이 공개된 '부산 대화'다. 이 전 기자가 사건 취재 착수 1달 뒤쯤인 2월13일 후배 백모 기자와 부산고검에 방문해 한 검사장과 무슨 얘길 했는지가 공소장에 적혔다.

그 내용은 기존에 공개됐던 것과 대체로 비슷하지만, 일부 다른 부분도 있다. 이 전 기자가 '백 기자를 시켜 유시민을 찾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와이프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자 한 검사장이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 그거는 해볼 만 하지'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검찰은 적시했다. '나 같아도 그렇게 해'라는 대목은 공소장을 통해 새롭게 알려진 발언인데, 존재 여부를 두고 검찰과 한 검사장 측의 입장이 엇갈린다.


검찰은 또 다른 의심 정황으로 이 전 기자의 범행 기간인 1월26일부터 3월22일 사이 한 검사장과 통화, 보이스톡,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의 방식으로 327회에 걸쳐 계속 연락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대부분 적시되지 않거나, 이 전 기자가 취재 무산 위기 때 한 검사장과 통화한 직후 후배 기자에게 내용을 전달한 '전언' 형태로 소개됐다.

검찰은 다만 3월22일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의 대리인에게 들려준 통화 녹음 속 대화 상대방을 한 검사장으로 특정해 공소장에 적시했다. 한 검사장이 "(제보를 하면) 당연히 좋은 방향으로 가지, 기본적으로 보면 (검찰과) 한 배를 타는 건데", "(검찰 쪽을) 연결해 줄 수 있지, 제보해, 그 내용을 가지고 범정을 접촉해"라고 이 전 기자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선 검찰이 육성 파일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확보했더라도 실제 한 검사장인진 특정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한 변호사는 "만약 (대화 주체가) 실제 한 검사장임을 확인했다면 수사팀은 공모 결론을 내놨을 것"이라며 "결국 한 검사장의 직접 발언이 확인된 건 사실상 부산 녹음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여러 증거 제시된 상황"이라던 秋 침묵…檢 '보고' 물음표

윤석열 검찰총장.(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6월말 "문제는 검언유착"이라고 이 사건 성격을 규정지은 뒤 7월2일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이 사건에서 손을 떼라고 지시했다. 한 검사장이 윤 총장의 측근인 만큼 수사에 미온적이라고 본 것이다.

추 장관은 당시 수사지휘서에서 전문까지 공개했는데, 여기엔 "본 건은 검사가 기자와 공모해 재소자에게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별건으로 형사 처벌될 수 있다고 협박해 특정 인사의 비위에 관한 진술을 강요한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들이 제시된 상황"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그러나 정작 지난 4개월간의 수사내용이 집약된 검찰 공소장 속 '공모 증거'가 빈약하다보니 장관 책임론이 불거지는 모양새지만, 추 장관은 최근 이 사건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추 장관은 이미 한 검사장에 대한 법무부 직접감찰 방침을 공표하고 직무배제 조치까지 단행한 상태다.

추 장관의 앞선 '확신 행보'와 관련해선 중앙지검 수사팀의 수사 내용이 확대‧왜곡돼 보고됐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육탄 압수수색' 논란 당사자이자 수사팀장인 정진웅 부장검사는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 닷새 뒤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수사 과정에서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해 실체적 진실에 상당 부분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었다. 이런 수사팀의 시각이 추 장관 강경행보의 판단 근거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수사팀은 이번 공소장에 '부산 대화' 내용을 적시하면서 한 검사장이 유시민 이사장 의혹과 관련해 '관심 없다'는 취지로 선을 그은 대목은 누락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추 장관은 사건 보고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낀 바 있다. 그는 7월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수사지휘서에 '여러 증거'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야당에서 "녹취록 외에 다른 증거도 보고 받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제가 일일이 수사팀의 모든 것을 보고받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녹취록 외에 뭐가 또 있느냐'는 질문에는 "수사 중이기 때문에 제가 그 전부를 말씀드리는 것은 적당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수사팀은 아직 수사가 종결된 게 아니며, 향후 재판과 추가 수사를 통해 의혹의 실체를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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